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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 `NV시리즈` 디자이너 진병욱 삼성테크윈 실장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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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터디자인 2007. 6.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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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전스다 뭐다 하지만 카메라는 카메라다워야 합니다." 삼성테크윈 진병욱 디자인실장을 만나 "미래의 카메라는 어떤 모습일까"를 묻자 곧바로 돌아온 대답이다. 카메라답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카메라 디자인만 20년 넘게 해온 진 실장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쉽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카메라다운 카메라"라고 설명한다. 요즘엔 카메라에 MP3플레이어 기능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을 달고 각종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다양하게 부가하면서 '컨버전스'라고 말들을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카메라는 '본령'에 충실해야 가치가 있고,그래야 상품으로서의 수명도 오래 간다는 것. 디지털 카메라가 탄생한 뒤로 '카메라다운 카메라'를 만들기 위한 디자인의 영역이 중요해졌다고 그는 강조한다. 누구나 어떤 카메라든 처음 접해도 직관적으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직 카메라 디자인은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진실장은 "TV나 휴대폰,PC와 같은 다른 디지털 기기들은 표준화된 사용 방식이 정착돼 어떤 제품을 접하든 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 카메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카메라의 고유한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 의 이런 생각이 구현된 제품이 최근 출시된 삼성테크윈의 NV시리즈다. 700만화소급 'NV7'과 1000만화소급 'NV10'은 직관성을 강조하면서도 마치 옛날 카메라 같은 느낌을 살렸다. 때문에 고전적인 카메라의 대명사인 라이카보다 더 라이카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그는 껄껄 웃었다.

NV시리즈는 카메라 메뉴를 찾아갈 때 방향키를 누르도록 해온 기존 제품들과 달리 LCD창 옆에 붙어 있는 다양한 버튼을 가볍게 만지면 해당 메뉴가 뜬다. 버튼을 누르면서 열심히 생각해야 하는 기존 카메라보다 '직관적'이다. NV 시리즈는 하루에 수천대가 넘게 팔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그 는 "요즘 카메라 트렌드는 자꾸 소형화나 컨버전스를 추구하다 보니 카메라같지 않은 카메라가 많은 것 같다"며 "역발상으로 오히려 옛날 카메라의 감성을 살린 것이 먹힌 것 같다"고 웃었다. 카메라는 어디까지나 사진을 찍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그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진 실장은 1987년 삼성테크윈에 입사,20년 동안 카메라 디자인만 담당해 왔다.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똑딱이 디카,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까지 지금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삼성테크윈의 웬만한 카메라들은 거의 다 그의 손길을 거쳤다. 1995년 발매돼 '코끼리 카메라'로 알려진 ECX(필름카메라)라는 제품은 세계로 최초 4배줌을 적용해 히트를 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우물을 팠지만 세상에는 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 2006'에서 굿디자인상을,29일에는 국내 '인간공학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더불어 카메라에 있어서 디자인의 중요성도 새삼 부각됐다. 그는 "카메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에서 상을 받은 것은 의미가 크다"며 "NV 시리즈의 UI에서 직관력을 강조한 새로운 버튼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카메라는 다 비슷하게 생긴 것 아닌가? 카메라에 무슨 디자인이 있을까?" 일반인들이 흔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 디자인은 더욱 어렵다. 너무 개성을 발휘하면 사람들이 카메라가 아니라고 생각해 제품이 잘 안 팔리고,너무 보수적으로 하면 제품이 돋보이질 않는다. 카메라 디자이너들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디자인의 위상이 점점 달라지고 있어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2년여 전부터 디자인은 삼성테크윈의 카메라 개발에 있어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더불어 삼성테크윈 디자인실 규모도 커져 그의 역할과 책임도 몇배로 늘었다.

그는 "카메라야말로 디자인과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제품"이라며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소비자가 불편하게 느끼고 거부감을 갖게 만들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V7 과 NV10은 삼성테크윈 디자인실이 삼성전자의 디자인센터로 이전한 뒤 완성된 최초의 모델이다. 2년 전에 선행 디자인이 확립되면서 제품이 처음 기획됐고 기술적인 검토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격과 카메라 생산에 사용될 재료의 선정까지 디자인실의 주도 아래 결정됐다. 최종적으로 디자인과 기능적인 부분의 조화에 대한 검토도 디자인실에서 이뤄졌다.

"잘 찍기 위해 사용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열심히 익혀야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사진을 직관적으로 쉽게 잘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 디자인을 만들겠습니다." 20년 카메라 디자인을 했지만 아직 디자인 청년이라고 겸손해하는 진 실장의 바램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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