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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굴러다니던 나무 조각에 우표 하나와 동전 하나,그리고 독일에서 빵 사고 받은 작은 비행기 장난감 한 개를 붙여서 35만원에 팔았어요. 사실 원가는 10원도 안 되는 건데…." 가구 디자이너 이종명씨(43)의 손길이 닿은 순간 10원짜리 나무 조각은 35만원짜리 장식품이 된다. 이씨는 그의 작품이 누구의 것과도 공통점이 없는 유일한 제품이라고 소개한다.

화려한 원색의 꽃무늬가 특징인 가구,소품들이 가득한 '이종명 디자인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마치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을 느끼게 한다. 그는 하루에 8~12시간 작업하며 150만원 넘는 가격표가 붙는 가구를 평균 4~5개 만들어 낸다. 늘 머릿속에는 가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집사람은 일중독이라고 하지만 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을 다 끄집어내지 못해 안타까워요."

가구 디자인은 초등학생 때부터 꿈꿔온 그의 평생 직업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목공예학과,같은 대학 산업미술대학원 가구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오직 한길만을 걸었다. "가구 디자인을 위해 목공예학과에 들어갔는데 가구 디자인을 가르치는 과목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생활 속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대학 입학금이 52만원,등록금이 78만원이던 당시 이렇게 만들어진 가구는 200만~300만원에 팔렸다.


"만드는 일밖에 재미있는 일이 없었어요. 100개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면 대부분 1개를 작품으로 소화하는데 저는 10개를 만들었어요. 거의 대학원 작업실에서 살았죠."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 디자인이 '이종명 디자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평한다. 요즘 시스템 가구들이 많아지면서 가구의 종류가 적어지고 있지만 그는 이를 반긴다. 예쁜 꽃과 나비 등 알록달록한 비주얼이 가미된 이종명 가구는 포인트 가구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 디자인은 생활 속에서 나옵니다. 예쁘고 멋진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들어 내는 게 우선이에요." 10년이 넘어도 아직까지 가구가 망가졌다고 찾아오는 고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그의 가구는 모던 스타일도 앤틱 스타일도 아니다. 단지 '이종명' 스타일일 뿐.그만이 가진 독특한 디자인을 흉내 낸 많은 카피 제품들도 돌아다닌다. "디자인은 마음과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을 손끝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것은 나올 수 없죠"라며 그는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각종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이종명 가구'는 입소문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전시회였어요. 사람들의 호응도가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죠.관람객을 대상으로 가격 설문조사를 해 보고 평균치에서 20만원을 더 붙여서 팔았죠." 아무리 비싸도 그의 가구는 전시만 하면 늘 매진 상태였다. 그는 매년 '리빙 디자인 페어'에 참가하며 '이종명 가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파리 세계가구박람회'에 참가,해외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대부분 해외 전시회 때는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만 저는 해외 전시회 참가하는 전 과정을 배우고 싶어 4000만원 자비를 들여 직접 진행했어요." 그는 밀라노 가구박람회 등 해외로 자주 다니면서 더욱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요즘 세계 가구전시회를 다니면 디자인이 그게 그거라며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가구 디자이너지만 경영 능력을 갖춘 사업가이기도 하다. "경영서적은 읽어본 적도 없지만 처음부터 본능적으로 고급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그의 가구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는 많은 주문량을 소화하기 힘들어 판매 회전율을 낮게 한다.

"안 팔려고 일부러 목각인형이나 조명 등의 소품에는 가격을 높게 붙여 놓지만 그래도 없어서 못 팔아요." 파리 가구박람회 때 전시용으로 쓰려고 만든 목각인형 10개가 하루 만에 한 개당 25만원에 다 팔리기도 했다. 주변의 부러움을 살 만큼 가구 디자이너로 성공했지만,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베트남 중국에 가구 공장을 만들어 제 머릿속에 가득한 디자인들을 대량으로 제작하고 싶어요." 그의 또 다른 소망은 '이종명 디자인 양성소'를 만드는 것이다.

"학위는 필요 없어요. 대안학교처럼 무조건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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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Posted by 몬스터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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