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카트라이더 캐릭터 디자인 최병량 넥슨 팀장 (한국경제)

pRODUCT dESIGN

by 몬스터디자인 2007. 6. 13. 22:10

본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온라인 경주게임인 카트라이더 캐릭터와 배경을 디자인한 최병량 넥슨 카트라이더팀장(31).그는 국민 중 1600만명이 카트라이더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2004년 6월 첫선을 보인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얼떨떨하단다.

1.5등신의 귀여운 체형,동작은 단순하면서 감정표현은 풍부한 표정,귀여운 음성…. 카트라이더하면 떠오르는 깜찍한 이미지다. 배찌,다오,우니,마리드,모스,디지니,캐피,에띠,로두마니,타키,닥터R,닥터 리바스키,에리니,모비,브로디,투투 등.1600만명이 아는 이름이다.

최 팀장은 "배찌 다오 타키는 다 내가 낳은 아이"란다. 그가 카트라이더 캐릭터와 배경을 디자인하는데 들인 세월은 1년6개월에 달한다. 16개 캐릭터와 카트,트랙,배경 등 게임 요소를 디자인하는데 쏟은 열정의 시간이다. 최 팀장은 개발 당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라는 특징에 맞춰 캐릭터와 배경을 디자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캐릭터의 특징을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정감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그는 캐릭터의 체형을 1.5등신으로 통통하게 디자인하는 데 영감을 얻었다.

이 같은 체형에 입힌 캐릭터의 성격은 명랑 쾌활 발랄 컨셉트였다. 음성 또한 깜찍 모드로 갔다. 캐릭터의 이름도 부르기 쉽고 재미있게 지었다. 배찌 다오 우니 마리드 등.듣기만 해도 앙증맞다. "이름짓기에도 나름대로 원칙을 두었습니다. 이름에 받침이 안 들어가게 했죠.아이들이 발음하기 쉽게 만든거죠.나중엔 어른들도 부르기 쉽게 됐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캐릭터에 성격을 부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하나같이 귀엽지만 깐죽거리는 녀석,앙증맞은 녀석,개구쟁이 녀석,훼방꾼같은 녀석 등으로 구분짓는 것.그래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캐릭터를 정해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생각했단다. 최 팀장은 다오를 '정의파'로 묘사했다. 다오는 레이싱 도중 다른 레이서를 공격하는 일은 전혀 안한다. 반대로 닥터R는 경주를 방해하는 훼방꾼이다. 타키는 행성 출신의 외계인이다. 디지니는 다오의 여자친구로 그렸다. 수줍음이 많아서 처음엔 운전을 무서워하지만 다오 덕분에 제법 레이싱을 할 줄 안다. 가끔 과속도 일삼는다. 로두마니는 성격이 포악해 비열한 방법으로 다른 라이더를 탈락시키는 일을 즐긴다. 이 중 닥터R는 최 팀장을 본 따서 장난스럽게 만든 캐릭터다. 두꺼운 안경에 곱슬머리,씩 웃는 미소가 영락없는 최 팀장이다.

넥슨과 카트라이더 그리고 최팀장의 인연은 쉽게 맺어지지 않았다. 호원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한 게임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FPS(1인칭 슈팅 게임)인 '레인보우식스 테이크다운'을 디자인했다. 그는 2003년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던 첫 직장을 떠나 넥슨으로 자리를 옮겼다. 넥슨은 그가 2000년 한 번 낙방했던 곳이었다. "첫 직장에서 떠나기로 결심할 무렵 아내가 임신까지 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절박함에 20여곳 넘는 곳에 면접을 보러 다녔어요." 성공 뒤에는 두 배 이상의 고난이 있다는 등식이 그에게도 적용됐다.

그는 게임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게임 캐릭터는 게이머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여서 최대한 게이머에게 친숙해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그래서 최 팀장은 경기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직접 강원도에 가서 카트를 타보기도 했다. 레이싱 영화도 모조리 찾아서 몇번씩 봤다. 바퀴의 움직임,커브를 돌 때의 모양,속도와 효과 등을 치밀하게 연구한 것이다. 엉터리 작품으로는 친숙한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너무 오래 집에 안가다보니 디자인실에서는 늘 퀘퀘한 냄새가 났다." 그의 꿈은 카트라이더 캐릭터를 이용해 게임 타이틀을 10개 이상 만드는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하려해도 20년 이상 걸릴 것 같다고 그는 웃는다. 카트라이더게임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 그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요즘 또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카트라이더를 능가하는 신작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숙명이랄까. 정영석 넥슨 개발2본부 본부장(36)은 "최 팀장은 게임처럼 사는 남자다. 게임 디자인을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글=김정은ㆍ사진=김정욱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기사 링크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