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건축을 좋아하는 미술대학교수, 하세가와 다카시(1937년생) 가 일본의 동물학관련 전문 잡지 "아니마"에 연재했었던 글을 엮어 1981년에 "생물의 건축학"이라는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벌써 25년이나 된 아주 오래된 책 (국내에는 2002년 발행)이지만, 비버, 벌, 두더지, 베짜기새, 흰개미등 여러 생물들의 둥지 탐구를 통해, 현대건축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탁월한 인사이트들을 도출해 낸 놀라운 책이다.
유기적인 가우디의 건축이 왜 위대한 건지, 덴마크 디자이너 나나 디첼의 라탄 그네의자는 베짜기새의 둥지와 얼마나 비슷한지... 1950년대에 이미 해상도시를 설계한 기쿠다케 기요노리의 강인한 상상력은 어떻게 논병아리의 떠다니는 둥지와 닮게 된 건지... 흙으로 덮어버린 아이다 다케후미의 피라미드모양 PL유치원이 프레리 독의 굴과 얼마나 유사한지... (6만2천 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무려 40먹마리가 모여사는 프레리 독은 바람 통풍로만으로, 온 땅굴의 온도와 습도, 공기정화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조절한다.) 그리고, 꿀벌의 육각형 구조는 어떻게 생겨난건지.. 천적을 물리치기 위한 위협적인 둥지형태가 인간들의 건축물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건축과 인간, 자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훌륭한 책이다.
p28 : 가우디 --> "자연에는 어디에도 직선은 없다." : 저자가, 기하학을 기반으로 한 도면이 없는 가우디의 비정형적이고, 유기적인 건축물이 자연과 비슷함에 감탄하며...
p45 : 인간의 건축 - 특히 건설 기술이 발달한 현대 건축 -은 인력에 대하여 턱없이 불필요한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욱 솔직하게 중력의 법칙을 따르면서 필요한 공간을 확보해도 좋지 않을까?
p49 : 가우디가 추구한 이상적인 아치형태란 기둥에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힘과 기둥 자체의 무게가 합쳐진 힘이 기둥의 방향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을때의 형태이다.
p50 : 모든 것은 자연이 써 놓은 위대한 책을 공부하는 데서 태어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작품은 모두 이 위대한 책 속에 씌어 있다. 이 책은 전 인류에게 주어져 있으나 이것을 읽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며 또 노력을 기울이기에 합당한 책이다. 자연의 위대한 책을 배울때 자연을 모방하면서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p73 : 언젠가 기쿠다케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가 있어서 왜 건축물이 땅에서 출발하게끔 하지 않고 땅을 향해서 가는 형태로 디자인합니까하고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이 의표를 찌르는 간단명료한 것이어서 놀랐다. 그가 소년기에 경험한 홍수의 기억 때문인것 같다는 것이었다.p73 : 언젠가 기쿠다케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가 있어서 왜 건축물이 땅에서 출발하게끔 하지 않고 땅을 향해서 가는 형태로 디자인합니까하고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이 의표를 찌르는 간단명료한 것이어서 놀랐다. 그가 소년기에 경험한 홍수의 기억 때문인것 같다는 것이었다.
p224 : 근세 이래로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해 온 "위협과시"로서의 가로는 폭이 넓고 길이가 길 뿐 아니라 될 수 있는 한 직선이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그 도로의 한쪽 끝에 서서 앞쪽으로 뻗어간 길 저편을 바라보았을때 그 공간이 투시도법적 깊이를 가지고 수렴되어 마치 투시도법으로 그려진 그림이 소실점이라 부르는 부분에다 모든 선을 집중시키듯이 도로의 저쪽 끝을 향해 시계를 좁혀 가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었다. --> 긴장과 피지배감의 단계적 증대연출
p253 : 큰 계획이 아닌 작은 계획을 세워라. 작고 인간적인 척도로 계획하고 설계한 것에는 어떤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고, 전혀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것에는 더욱 아름다운 무엇이 있다.
p254 : 현대의 건축이나 도시는 아직도 "둥지"의 경지까지 그 내용을 승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동물의 둥지에 비해서 인간의 생활 장치는 환경에 대해 너무나 공격적이다.
p260 : 지은이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살기 편한 둥지를 만들기 위하여 둥지를 어떻게 기능시키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어떻게 환기를 하는가, 어미와 새끼사이의 의사소통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 둥지가 어떤 기능을 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큰 테마는 어떻게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가 하는 것이다.
p262 : 공교육을 받지 못한 건축 기능공은 여러시대 여러지방에서 활약하고 있으나, 그들은 건물을 자연 환경에 적응시키는 데 기막힌 재능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은 오늘날의 우리처럼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않고 기후의 변덕이나 지형의 악조건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우리는 평탄하고 특징 없는 땅을 가장 선호하고 땅의 오목하고 볼록한 곳은 불도저로 간단히 짓뭉개 버리지만 보다 정교한 사람은 기복이 많은 땅에 매력을 느낀다.
"나무 몸통에 둥지를 만드는 새는, 출입구를 자기 몸의 크기에 꼭 맞춰 만든다. 출입구가 크면 빛의 명암이 생기지 않아 새끼가 입을 열지 않는다. 또 가지 위에 둥지를 트는 새의 경우, 그 새끼는 먹이를 물고 온 어미새가 가지에 앉으면서 일으키는 나뭇가지의 진동으로 어미새가 왔음을 안다.
둥지는 동물들에게 있어서, 몸의 연장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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