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일본에서 출판된 이 책은 3명의 도쿄대 사회학자(요시미 슌야, 와카바야시 미키오, 미즈코시 신)가 저술한, 전화에 대한 미디어론적, 사회학 연구이다. 사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있고, 휴대전화가 어른,아이 할것없이 완전 대중화되어버린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 책이 의미가 있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100년전에 발명된 전화의 본질(첫째,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관계의 회선을 열 수 있는 미디어라는 점, 둘째, 그런 관계가 물리적인 몸과 얼굴을 볼 수 없어도 신체의 일부분인 "목소리"만으로 성립하는 미디어라는 점)에는 전혀 변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15년이나 지나버린 책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아뿔싸" 했었으나, 그동안 몰랐었던, 전화시스템 탄생후, 벌어진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특히 흥미로웠던,) 전화통화에 대한 사회심리학적인 인사이트들을 얻고, 속았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휴대폰에 관심있는 디자이너들이나 휴대폰관련 커뮤니케이션 논문을 쓰고 있다면, 꼭 읽어볼만 하다. 다만, 문체가 좀 어렵고, 내용이 까다로워 진도가 팍팍~ 나가는 책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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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p : 어쩌면 전화가 용건을 위한 수단이고 잡담은 금기로 생각하는 것이 기존 세대로서는 자명한 상식이었다고 한다면, 10대와 20대 중심으로 한 전화 이용에서는 잡담과 혼자만의 시간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전화의 자명성이 된듯 하다. 이들에게 있어 용건과 잡담의 경계는 허물어져 어쩌면 전화를 이용한 잡담 그 자체가 그들의 "용건"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7p : 전화는 시선을 결여한 탈장소적인 목소리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면적인 만남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관계성의 차원을 구성한다.

11p : 전화라는 미디어는 통화하는 사람들 간에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신체적으로는 가깝다."는 양의적 관계의 장을 만든다.

19p : "전화를 걸수 있는 것"과 "통화할 수 있는것"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번호를 아는 한에서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 수 있지만, 통화에 응할 것인지 아닌지는 항상 상대방의 선택에 달려있다. 전화에서의 통화도 또한 개별적 선택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22p : 인간은 전화기를 손에 넣은 그때부터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로부터 걸려오는 어떤 전화라도 일단 받아들여야만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전화벨이 울렸을때 우리는 그에 반응하여 수화기를 들어야만 하고, 수화기를 잡은 이상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라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한다. 수화기를 손으로 잡는 순간 그 사람은 전화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수화기를 잡은 후에 상대화의 대화를 말로서 거부할지라도, 거부 메시지를 보낸다는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전화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진다.

28p : 전화를 이용하여 상대 사정을 미리 알 수 있게 됨으로써 사람들은 서로의 미래 활동을 미리 선점해서 조정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조정이 당연한 것으로 되면 예정되지 않은 느닷없는 방문은 실례가 된다. 한편 느닷없는 방문을 실례로 여기고 미리 방문이나 면접 약속을 하기 위해 거는 전화는 거의 대부분 느닷없는 것이다. 전화의 벨이라는 것은 언제나 느닷없이 울린다. 느닷없는 방문을 느닷없는 전화가 선점해서 미래 시간에 채워놓음으로써, 일상적 방문을 제외한 느닷없는 방문은 사회에서 사라져 간다.

49p : 젊은이들은 저녁식사를 마치면, "일가의 단란" 따위는 적당하게 처리하고, 서둘러 자기 방에 들어가 멀리 떨어진 친구나 연인과의 장시간의 대화를 즐긴다.

78p : 전화라는 미디어에서는 항상 전화를 거는 사람에게 최초의 주도권이 주어져 있다. 설령 상대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더라도 그는 반복해서 전화를 계속함으로써 언제나 주도권을 유지할 수가 있다.

82p : 상대모습이 보이지 않는 장소라는 점에서는 통상적인 공중거리의 외부에 있지만, 상대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관계라는 점에서는 밀접거리의 내부에 위치한다. 사람들은 통화하는 상대와의 사이에 밀접거리에서 공중거리에 이르는 모든 가능한 관계를 가질 수가 있다.

82p : 사람은 목소리나 말투를 조정함으로써 전화라는 미디어 속에서 통상의 신체적인 만남과는 다른 거리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83p : "여보세요"에 이어지는 의례적인 교섭은 전화라는 사회적인 거리대를 횡단하는 형태로 사람들을 잇는 전화의 폭력성에 대해 사회가 부여한 완충대이자 매너인것이다.

90p : 어느 학생은 심야 장시간 통화에 몰두하는 중에 "자신이 목소리만으로 되어 있다."고 느끼는 일이 있다고 한다.

95p : 전화 속에서 환상되는 신체는 우리 일상생활과 함께 있는 무게나 두께를 지닌 그런 신체가 아니다. 전화 속의 신체는 일상의 신체가 지닌 무게나 두께, 촌스러움이나 못생긴 모습을 지니지 않은 가벼운 신체이다.

135p : 결국 이 사회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현상은 전자적인 목소리이건 전자적인 문자이건 우리 신체의 일부가 전자적으로 복제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네트워크 속으로 확산되어가는 상황이다.

158p : 우리는 전화의 발명이라고 하면 그라함 벨과 엘리사 그레이의 업적만을 상기하기 쉽지만, 실은 교환기를 사이에 두고 무한히 상호 접속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의 구축이야말로 사적이면서 익명성을 가진 현대적인 전화의 활동성을 성립시키는 커다란 요인이었다.

191p : 체제가 주도하여 도입한 가장 발달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중앙집권적인 관리체제 자체를 쇠약하게 만들어 지역사회와 사람들의 자율적인 사회의 형성을 촉진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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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몬스터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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