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고 정년은 70세, 출산휴가 3년. 잔업을 하면 혼이 나고 1년에 무조건 143일을 쉬어야 한다. 바로 괴짜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ㆍ77) 씨가 이끄는 일본 전기설비업체 미라이공업(未來工業)이다. 최근 미라이공업은 전 세계 기업들의 연구
대상이 됐다. 야마다 씨에게 인터뷰가 쏟아져 들어오고 강연 문의가 잇따른다.
일본 혼슈 중서부에 있는 나고야시에서 북쪽으로
1시간을 더 달리니 기후현 오가키 특유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기소ㆍ나가라ㆍ이비강 유역의 충적평야는 좁고 기다란 시골 전경을
이뤄냈고 그 위에 `ㄷ`자 모양의 미라이공업 본사가 덩그러니 있었다. 여느 일본 지방 기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미라이공업. 헐렁한 티셔츠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창업주 야마다 상담역의 모습에서 이곳이 왜 `샐러리맨의 천국`인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창업주 야마다 씨는
`비정규직 금지, 잔업 금지, 호렌소(보고ㆍ연락ㆍ상담) 금지`라는 즐거운 규제를 만들어 놓고도 `매출 266억엔(약 2236억원) 연평균
경상이익률 16%(동종 업계 평균 3%)라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는 요즘 빡빡한 강연회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본을 넘어 전 세계 기업에서 강연회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 지난해 말 국내 최고경영자(CEO) 25명을 위해
강연회를 요청했던 한양대EEP도 두 달 전부터 그와 일정을 조율해야 했다.
◆ 야마다식 `짠돌이
경영`
미라이공업 본사 현관을 들어서면 왼쪽에 `여성 전용 사무실`이 있다. 여성 근로자 20명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두 남녀 공용 사무실을 사용하기에 우리는 차별화를 위해 거꾸로 했지요." 최근 한 직원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별도로 만들어 놓은 여성 전용 사무실은 야마다식 `짠돌이 경영`의 산물이다. 외부에서 걸려 오는 전화는 무조건 이곳을 통하게 돼 있다. 30분
간격으로 전화대기 순번을 정해 놓고 여성 근로자들이 차례로 전화를 받는다.
"대체로 고객이 남자잖아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중요한 대목입니다. 남자 고객이 여성에게 전화를 받으면 상당히 우호적으로 변해요. 그래서 외부 전화는 여자만 받게 하고 상품 단가도 여성 전용
사무실에서 스스로 정하게 했죠. 손님이 짜증 내며 기다릴 필요가 없는 거죠."
신속하고 친절한 대응이 빠른 물품 구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전화교환수를 두지 않아 인건비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야마다식 짠돌이 경영은 회사 곳곳에 배어 있다. 형광등은
모두 꺼져 있고 필요한 사람만 형광등에 매달린 줄을 당겨 켠다. 복사기는 3층에 걸쳐 한 대만 있고 이면지 사용은 기본이다. 서류봉투는
수신ㆍ발신 항목을 기재해 50번씩 사용한다.
아끼고 아껴 한 푼 두 푼 모은 돈은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한 외국여행 경비로 충당한다.
야마다 상담역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5년마다 전 직원을 외국여행 보낸다"며 "올해도 1억5000만엔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구두쇠 경영과 더불어 미라이공업의 성장동력은 아이디어 제안제에 있다. 미라이공업식 아이디어 제안제는 `무조건 돈을
지급한다`는 원칙이 있기에 다른 기업과 달랐다. 창업주는
"일단 제안이 한 건 접수되면 무조건 500엔을 준다"며 "가위로 봉투를 잘라 보면 빈
종이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지불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일본 기업들이 제안서를 확인하고 검토한 뒤 등급을 매겨
1만~3만엔씩 지불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일단 무조건 적어 내게 하죠. 그 500엔은 동기 부여를
위한
비용입니다. 일본 속담에 `포수가 총을 쏘다 보면 언젠가 참새를 잡는다`는 말이 있어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다 보면 훌륭한 제품기획서가
나오게 돼 있죠."
◆ 직원들 자발적 아이디어가 성장동력
이렇게 적어낸 제품 아이디어는 곧 미라이공업의
경쟁력으로 승화된다. 현재 양산 중인 1만8000종의 건설용 전기기자재ㆍ상하수도관 등이 모두 직원들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짠돌이 경영으로 절감한 비용을 직원들 복지 향상에 아낌없이 털어 넣고 사기가 올라간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구조가 바로 미라이식 경영 방법의 핵심 요지다. 예를 들어 미라이가 일본 시장 80%를 석권하고 있는 전기 콘덴서 박스는 대표적인
직원들 아이디어다. 고자카이 히로시 총무부 과장은 자동화 공장에서 생산 중인 콘덴서를 가리키며 "벽이나 기둥 안에 부착시켰던
콘덴서는 염화비닐로 만들어져 건물 수리가 필요할 때 찾기가 불편했다"며 "하지만 미라이 제품은 알루미늄 테이프를 한 번 더 두른 것만으로
금속탐지기에 쉽게 잡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공장 곳곳에 적혀 있는`언제나 생각하라`는 회사 신조가
만들어낸 성과다.
이를 위해 미라이공업은 별도의 박스를 공장 곳곳에 세워 두고 참여를 기다린다. 공정 개선 사항에서 제품 기획까지
다양한 의견서가 이곳으로 들어온다. 야마다 상담역은 "이런 제품은 다른 회사에 비해 고가로 책정되지만 소비자는 필요한 제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꼭 구입한다"며 "미라이 제품은 이윤이 많이 남아 도매상이나 소매상도 좋아하고, 사용자도 편리해서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숱한 회사를 이기기 위해 어떻게 할까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며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차별화였고, 차별화를 위해선
직원들의 뛰어난 아이디어가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 아래는 창업주인 야마다 아키오씨와의 인터뷰 내용
-명령을 금지했는데 교육은 없나.
▶일체 교육이 없다. 물론 사원이 오면 옆 사원이 가르친다. 새 제품을 만들려면 비용과 제원을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은 교육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배우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과장ㆍ부장 업무는 아랫사람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게
할까 하는 궁리다.
-유토피아 경영을 한 계기는?
▶라이벌 회사만 해도 아주 크다. 처음부터 차별화해야 했다.
연극을 하다 보면 객석에 감동을 주는 이가 감독이 아니고 배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감독은 막이 오르면 무대 뒤에 설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주체는 사원이다. 경영자 측에서 사원을 감동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승진 제도가 유별난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일본도 학력이 높아졌다. 요즘 친구들 50%가 고졸이고, 50%가 대졸이다. 그 정도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은 충분하다.
회사를
상장할 때 일정 이상 과장이 필요한데 부족했다. 그래서 선풍기로 명단을 날려 과장을 뽑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성과주의를
금지했는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나.
▶일본 회사도 요즘 성과제다. 하지만 업무나 내용이 어려워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노르마(업무 목표량)도 없다. 영업사원이 한 달에 하나도 못 팔아도 월급을 준다. 다른 사람들은 사장이 돈을 주니까 사원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사원이 돈을 받으니까 일을 스스로 한다고 생각한다.
말을 달리게 하기 위해선 우선 잘 먹여야 한다. 잘 먹지 못한 말은 달리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