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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도 섬뜩하다... 엔트로피 (1980, 제레미 리프킨) ★★★★★

bOOKS + mAGAZINES

by 몬스터디자인 2008. 8. 1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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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군복무가 거의 끝나가던 95년 무렵이었다. 두산동아에서 91년 번역출판된 버전이, 내무반에 한권씩 비치되어 있었고, 이 책은 국방부 권장도서(?)였다. ㅡ,.ㅡ;; 엔트로피라면, 대학시절 1년간이나 공부하느라 죽을 경을 쳤던 열역학에서 줄창 나오던 막연한(?) 개념이라,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지만, 겨우 낙제나 면할 정도의 실력이었던 중요전공과목을 보충(?)할 요량으로 읽어보게 되었고, 몇장 속독으로 읽어내려가면서, 열역학 제2법칙이 이렇게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세계관이 될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오금을 저리며 금새 독파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최근,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여름 휴가 세일 (25%)을 하고 있길래, 1권 비어있던 제레미 리프킨 콜렉션을 완성하고자, 세종연구원에서 2000년 재출간한 책을 주문하고, 다시 읽게 되었다. 13년전 내무반 침상에서 느꼈던 소름돋던 그 느낌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오늘날의 아수라장같은 이 복잡한 세계를 너무나도 명쾌하게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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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최초 출판된지 벌써 30년이 가까와지고 있지만, 우리 세계는 여전히 엔트로피의 극한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속으로는 우리의 기술이, 우리의 지혜가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수 있지 않을까 믿고 싶지만, 최근 폭등한 유가와 경제침체, 끊임없는 전쟁과 분규, 무질서한 사회를 보며 막연한 불안감과 존재의 미약함에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물론, 그의 논지에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개념만으로 경제, 사회, 문화, 역사등 인류가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고, 또 열역학 제2법칙으로 일반화하여 너무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결론도 너무 착(?)하다... 성장과 기술진보위주의 기계론적 고엔트로피 세계관에서 벗어나, 저성장과 생태주의를 기반으로 한 저엔트로피 사회로 하루빨리 진입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어떤 문제든, 근본적인 해결책은 늘 가까이에 있는 법이다. 다만, 용기가 없어, 실천을 못하고 있을뿐... 아무튼, 에너지, 경제, 농업, 수송, 도시화, 군대, 교육, 보건 문제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꼼꼼하게 짚어보고 나면, 가슴이 후끈 달아오름을 느낄 것이다. 섬뜩한 두려움도 함께...

Sustainable design에 관심있는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에게는 핵심 필독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보다 성숙한 인식과 균형잡힌 세계관 형성에 도움을 줄만한, 독특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든지, 반대하든지... 인류전체의 생사여부가 달려있는, 심각한 "엔트로피의 지수함수적 증가"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속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정말 재료만 낭비하는, 쓸데없는 거 디자인하면 안됨. ㅡ,.ㅡ;;

※ 주의할 점 : 1980년에 출판된 책이므로, 30년에 가까운 거대한 갭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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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세계관의 변화

20p : 엔트로피 법칙은 열역학 제2법칙이다. 제1법칙은 우주 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불변하며, 따라서 창조될 수도 없다고 가르친다. 단지 그 형태만 바뀔 뿐이다.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은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고 규정한다. 즉,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획득가능한 상태에서 획득불가능한 상태로, 질서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만 변한다는 것이다.

21p : 본질적으로 제2법칙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일정한 구조와 가치로 시작해서 무질서한 혼돈과 낭비의 상태로 나아가며, 이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엔트로피란 우주내 어떤 시스템에 존재하는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형태로 바뀌는 정도를 재는 척도이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지구상이건 우주건 어디서든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더 큰 무질서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23p : 노벨상을 수상한 화학자 프레데릭 소디 (Frederick Soddy)의 말대로 열역학 법칙들은 "궁극적으로 정치체제의 흥망, 국가의 성쇠, 상공업의 변화, 부와 빈곤의 원천 그리고 인간 모두의 물질적 복지 등을 좌우한다." 인간이 행하는 모든 물리적 활동은 열역학 제1법칙 및 제2법칙의 형태로 표현된 철칙에 철저히 지배된다.

26p : 우리 현대인들은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1년에 2~3주 정도 가지는 휴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렵채취인들에게 있어 이는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 존재하는 수렵채취인을 살펴보면 그들은 일주일에 12~20시간밖에 일하지 않고 몇 주, 몇 달에 걸쳐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 대신 놀이를 하거나 스포츠, 예술, 음악, 춤, 제례의식, 상호방문등으로 여가시간을 즐긴다. 또한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오늘날 남아 있는 수렵채취사회 구성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에 속한다. 그들의 먹거리는 영양이 풍부하며 그들 중 상당수가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부시맨) 60세가 넘도록 잘 산다. 많은 수렵채취사회에서는 서로 돕고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구성원간 또는 다른 조직간 적대행위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31p : 중세적 삶의 역사적 틀을 유지시켜준 것은 자유와 권리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였다. 인간의 목표는 "뭔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얻는 것이었다. 사회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유기체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사회는 신이 이끄는 일종의 도덕적 생물체이고 그 안에서 각 개인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43p : 존 로크 (John Locke)에게는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왜 인간의 활동은 이처럼 혼돈스러운가?" 그는 사회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세계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神중심주의에서 비롯된 비이성적 전통과 관습에 따라 사회적 질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에 힘을 빌어 로크는 사회의 "자연적" 기반을 찾아 나섰다. 그는 신이 그 본질상 불가知하므로 종교는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알 수 없는 존재가 어떻게 통치의 적절한 기초가 된단 말인가" 철학상의 수많은 선배들과 결별을 고하며 로크는 말했다. "각 개인이 종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합당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가 공공활동의 기반이 되어서는 안된다."

47p : 애덤 스미스에게 있어 효율성은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법칙이었다.

49p : 인간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라는 확신에 입각해서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모든 욕구를 자신의 물리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질적 추구에 종속시켰다. 윤리적 선택을 할 필요가 없고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실용주의적 판단이 있을 뿐이다.

49p : 더 많은 물질적 부가 축적될수록 세계는 더욱 질서있게 된다. 그러므로 진보는 물질적 풍요를 더욱 증대시키는 것이되며, 이 물질적 풍요는 결국 질서있는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이를 실천하는 도구다. 이것이 기계론적 패러다임의 주요 가설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51p : 기계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진보라는 개념이다. 진보란 "덜 질서있는" 자연적 세계가 인간에 의해 이용되어 더 질서있는 물질적 환경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진보란 자연에 존재했던 최초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자연으로부터 창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관들은 이제 생명력을 잃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 세계관들이 뿌리내리고 있는 에너지 환경이 빈사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제2부 : 엔트로피 법칙

56p :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 (제1법칙),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제2법칙) 즉, 제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으로서, 에너지는 결코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한 가지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할 뿐이다.

57p : 제2법칙은 이렇게 말한다. 에너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여기서 벌금은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엔트로피"이다. 엔트로피는 더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58p :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오염이 생산활동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염이란 것은 무용한 에너지로 전환된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쓰레기란 흩어진 형태의 에너지이다. 제1법칙에 따라 에너지는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단지 전환될 뿐이며, 제2법칙에 의해 한 방향으로만 (혼돈과 무빌서를 향하여) 변화해가므로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또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엔트로피란 어떤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무용한 에너지의 총량을 나타낸다.

60p : 사람들은 적절한 기술만 개발하면 우리가 소모해버리는 것을 거의 모두 재생하여 재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생각이다. 앞으로 지구의 경제적 생존에 있어서 좀더 효과적인 재생이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100% 가까운 재생률을 이룰 방법은 없다. 예를 들어 오늘날 금속의 재생효율은 30%정도이다. 재생을 위해서는 재생대상을 수거하고, 수송하고 가공하는 데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환경 전체의 엔트로피총량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재생이라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원을 회생하고 전체 환경의 엔트로피 총량을 증대시키는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하다.

62p : 니콜라스 죠르제스크-레겐이 처음 제창한 열역한 제4법칙 --> 폐쇄계에서 물질 엔트로피는 궁극적으로 극대점을 지향한다.

64p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심지어 관찰도 공짜로는 안된다.

68p : 인간 또는 기계에 의해 국부적으로 감소되는 엔트로피는 반드시 주변환경에서 더 큰 엔트로피의 증가를 수반한다. 이렇게 해서 엔트로피의 총량은 늘어나게 된다.

75p : 시간은 일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만 존재한다. 소비된 시간의 양은 소비된 에너지의 양에 비례한다.

76p : 세계의 에너지가 빨리 소비될수록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의 수는 적어지고 그 결과 남은 시간은 줄어든다. 따라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서는 결코 시간을 절약할 수 없다. 그 반대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면 많은 시간이 사라진다.

77p : 우리는 시간을 뒤로 돌리거나 엔트로피 과정을 역행시킬 수는 없다. 그것은 이미 결정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엔트로피 과정이 발생하는 속도를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78p : 생명체의 성장에 따른 부분적인 소량의 엔트로피 감소는 우주에서의 보다 큰 엔트로피의 증가를 수반한다. 생명체들은 주변환경에서 자유 에너지를 흡수하여 엔트로피 과정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여 갈 수 있다. 모든 생물은 주변환경으로부터 마이너스 엔트로피를 지속적으로 흡수하여 살아간다. 마이너스 엔트로피야말로 생명체의 양식이다. 생명체는 주변환경의 질서를 파괴하여 자기 몸에 흡수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81p : 어떤 사람이 1년을 살아가는 데는 300마리의 송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300마리의 송어들은 9만 마리의 개구리가 필요하고, 이 개구리들은 2700만 마리의 메뚜기가 필요하며 이 메뚜기들은 1000톤의 풀을 뜯어먹는다. 그러므로 사람 하나가 생명체로서 "질서"를 유지하려면, 2700만 마리의 메뚜기나 1000톤의 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모든 생명체는 주변환경에 더 큰 무질서를 창조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있을까?

82p : 우리는 생물학적 진화를 "진보"로 파악하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종이 한 단계 진화할 때마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변환시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진화의 과정에서 나중에 오는 종은 앞선 종보다 더 복잡하고, 따라서 유용한 에너지의 변환자로서 더 잘 무장되어 있다.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진화하면 할수록 에너지 흐름의 값은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해 환경 전체에 더 큰 무질서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84p : 사회발전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의 생존을 확보할 수 있는 "질서의 섬"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다.

제3부 : 새로운 역사관의 틀 - 엔트로피

95p : 엔트로피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새로 형성된 환경이 앞선 환경보다 더 열악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이유는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이 세계가 갖고 있는 유용한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의 전체적 무질서는 항상 증가하고,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감소한다. 인간의 생존이 유용한 에너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것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갈수록 열악해지는 환경 속에서 버티려면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열역학 환경에서는 인간의 육체만으로 늘어난 작업을 감당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인간은 적절한 수준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기술을 개발해야만 했던 것이다.

96p :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생존을 위해 1인당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효율적인 것이 아니다. 효율성이라고 하는 것이 "일을 줄이는 것"으로 정의된다면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일이란 간단히 말해서 유용한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이다. 백만 년 전과 비교할 때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당시보다 1인당 1000배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근육의 힘으로써가 아니라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에 현재 우리가 일을 "적게"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106p : 가장 광범위한 생태학적 맥락에서 경제발전이란 좀 더 집중적으로 자연환경을 착취하는 방법의 발전을 의미한다.

107p : 역사속에서 누군가가 뭔가 좀더 나은 방법을 발명하면 우리는 그것을 위대한 진보라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사실 이른바 "더 나은 방법"이란 에너지를 추출하기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된 "다른 방법"일 뿐이다. 그리고 윌킨슨이 말한 대로 각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개발되는 새로운 방법은 궁극적으로 앞선 단계보다 더 많은 일 또는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것은 인간 이외의 도구에 의해 수행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108p :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질 때마다 인간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업방식은 옛날 방식보다 더 열등한 대체물로 인식되었다. 예를 들어 통조림을 보자. 오늘날 가공식품과 천연식품 중 선택하라고 하면 가공식품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록 오랫동안 가공식품이 더 뛰어난 대체재로 찬양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또는 일)의 양은 천연식품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110p : 인간이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각 단계의 의복은 앞선 단계의 의복보다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일 (또는 에너지)이 필요했다. 동물을 죽이고 가죽을 처리해서 온 가족에게 옷을 해 입히는 것은 크게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양을 먹이고 키우며, 털을 깎고 실을 짜서 모직의복을 만드는 일은 훨씬 더 많은 양의 인간 에너지 및 기계 에너지가 필요했다. 면화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일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합성섬유에 이르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석유채굴에서부터 거대한 공장에서 옷이 되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투입되는 한 벌당 에너지는 동물을 죽이고 가죽을 처리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천문학적이다.

111p : 기술이 복잡해지고 그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우리는 점점 기술을 자연과는 독립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또는 어떤 신비로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에너지원에 뭔가를 더해서 처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처럼 기술을 보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러니이다. 사실, 기술은 결코 에너지를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기존의 유용한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다. 기술의 규모가 크고 복잡할수록 에너지 소비량도 많아진다. 기술 앞에서 우리는 가끔 탄복하기도 하지만 이들도 결국 자연속에서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제1법칙과 제2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두 법칙을 다시 한번 설명해보겠다. 첫째, 세계안의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다. 둘째, 에너지는 항상 유용한 형태에서 무용한 형태로, 또는 질서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환된다. 기술은 바로 이 변환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분명한데도 아직도 우리는 기술이 우리를 환경에 대한 의존에서 해방시켜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또한 기술이 더 큰 질서를 창조한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현실은 정반대인데도 말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가 소비될 때마다 주변환경 어딘가에 더 큰 무질서가 생겨나는 것을 가르쳐준다. 현대 산업사회로 흘러 들어가는 무지막지한 양의 에너지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엄청난 양의 무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을 빨리 발달시킬수록 에너지 변환과정도 빨라지며 유용한 에너지가 빨리 분산될수록 무질서가 커진다.

113p : 세계가 혼돈 속으로 깊이 빠져들수록 우리는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기를 꺼린다. 대신 기술로 몸을 단단히 감싸고 모든 비판을 방어하지만 기술이 우리 주변환경에 대해 어떤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며,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더 더욱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옷도 잘 입고 잘 보호되고 있다는 허구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 자신이 만든 세계의 무질서한 파편 때문에 더욱 노출되고 더욱 위험에 빠지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115p : 모든 기술은 주변환경에 더 큰 무질서를 창조하는 대가로 일시적인 "질서의 섬"을 만들고 있을뿐... 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116p : 세계는 더욱 무질서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새롭고 복잡한 기술적 해결책을 어떤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기 때문이다. "변환자"의 수가 빨리 늘어날수록 유용한 에너지는 더 빨리 소비되고 분산과 무질서도는 커진다. 해결책보다 문제가 더 빨리 늘어나는 것이다.

117p : 새로 등장하는 문제는 과거의 문제보다 해결하기가 더 힘들다. 왜냐하면 사건이 전개될 때마다 엔트로피는 늘어나고 유용한 에너지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질서를 유지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질서를 만들어내는 데는 더 큰 비용이 든다. 문명 전체에 기술을 전파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사회는 점점 와해되어 간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문제는 커지며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따라서 무질서도 늘어난다. 이 모든 과정은 지수함수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대세계의 위기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126p : 거대 다국적 기업과 비대한 정부관려체제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끊임없이 상승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기업과 정부가 하는 일은 점점 적어지는 대신 운영을 위한 에너지는 점점 더 많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35p : 이제 인간은 재생불가능한 에너지원을 떠나 다시 한번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옮겨 가려는 시점에 서있다.

제5부 : 엔트로피와 산업시대

175p : 인간과 기계는 기존의 가용한 에너지를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변환시킬 수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잠시 동안의 효용"을 만들어낼 뿐이다.

176p : 머핀을 만들기 위해 거쳐가야 할 에너지의 단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재생불가능한 자원으로 만들어져 화석연료로 추진되는 트럭이 밀을 실어 나른다. 2) 밀은 대규모로 중앙집중화된 빵공장으로 간다. 그곳의 기계들은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밀을 가공해서 머핀을 굽고 포장한다. 이 공정에서 밀을 3) 정제하고 4) 표백한다. 이러한 공정을 거치면서 말끔한 흰색을 띠지만 주요 영양소가 소실된다. 5) 밀가루에는 니아신, 철분, 티아민, 리보플라빈이 첨가된다. 6) 제품이 트럭에 실려 긴 시간을 이동한 후 빵가게에서 며칠 혹은 몇 주씩 손님을 기다려도 변질되지 않도록 방부제가 첨가되고 7) 황산칼슘, 인산 제1칼슘, 황산암모늄, 효소, 브롬화칼륨, 요오드칼륨 등 반죽을 좋게 하기 위한 컨디셔너가 들어간다. 8) 그리고 나서 빵을 구운후 9) 골판지 상자에 넣는데 10) 이 골판지 상자는 손님의 시선을 끌기 위해 여러가지 색으로 인쇄되어 있다. 상자와 머핀은 11) 석유화학 제품으로 된 비닐봉지에 들어가고 12) 역시 석유화학 제품으로 된 끈으로 봉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머핀 포장은 13) 트럭에 실려 이동한다. 14) 가는 곳은 냉방이 되고 형광등으로 조명이 되고 항상 배경음악이 흐르는 식품점이다. 15)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은 2톤짜리 승용차를 끌고 가 머핀을 사고 16) 머핀을 토스터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상자와 비닐 포장지를 버린다. 이것은 17) 고형 폐기물로 처리되어야 한다. 머핀은 130칼로리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것을 얻기 위해 이토록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전체과정에서 수만 칼로리의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의학적 증거에 따르면 첨가제와 섬유소 부족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빵에는 섬유질이 없다.) 으로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결국 머핀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제조공정의 각 단계에서 분산된 에너지의 총량에 비교하면 하찮은 것이다. 식품 제조공정에 들어가는 에너지 중 원료를 경작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가공, 포장, 유통, 준비에 소비된다. 앞서 말한 머핀과 관련하여 밀을 경작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18%에 불과한 반면 가공에 들어간 에너지는 33%에 달한다.

178p :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데 드는 "단순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준다고 선전하는 편의식품과 가공식품은 사실상 인간을 더욱 큰 엔트로피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부엌에 있는 시간을 조금 절약할 수는 있겠지만 그로부터 얻는 이익보다는 가공식품을 살 돈을 벌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근로시간 (인간의 에너지)이 더 크다. 식품가공에는 각 단계마다 에너지가 든다. 그리고 이 에너지가 각 단계를 통해 흘러갈 때마다 우리는 더욱 소수의 거대기업이 권력을 쥐는 것, 미국인의 식사내용이 더욱 불건전해지는 것, 재생불가능한 에너지가 더욱 많이 소비되는 것등을 목격한다.

179p : 사실 소비 (Consumption)라는 말은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소비되는 (Consumed)것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은 보통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사용된 후 버려진다. 어떤 측면에서봐도 여기에 관한 통계는 아찔하다. 미국은 매년 1100만톤의 철, 80만 톤의 알루미늄, 40만톤의 기타 금속, 1300만톤의 유리, 6000만톤의 종이를 버린다. 이외에도 170억개의 깡통, 380억개의 병, 760만대의 TV, 700만대의 자동차가 매년 폐기된다. --> 1980년 기준

180p : 1인당으로 봐도 엄청나다. 1974년에 미국 사람들은 1인당 10톤의 광물자원 (1340파운드의 금속 및 1만 8900파운드의 비금속 광물포함)을 소비했다. 일생동안 미국인 한 사람은 평균 700톤의 광물자원을 소비하는 셈이고, 이 중에는 약50톤의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화석연료와 목재까지 포함하면 1인당 사용량은 두 배로 늘어나 1400톤이 된다. 물론 이 수치는 물과 식품을 뺀 수치이다.

191p : 오늘날 직장인들은 편도 30분 내지 1시간 30분을 소비하며 출퇴근한다. 이것은 40년전 사람들이 직장 근처에 살면서 걸어다니거나 전차를 타고 다닐 때 걸리던 시간과 비슷하다. 석유위기가 닥친 후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낭비하고 있다.

192p : 미국 안전위원회는 지난 200년간 미국이 개입된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 수보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사람의 수가 더 많다고 추정한다. 겨우 지난 30년간 100만명 이상의 사람이 차에 치어 죽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및 재산상의 손실은 다른 모든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의 10배이다.

193p :  미국의 전체 면적은 360만 평방마일이다. 도로의 길이는 360만 마일이다. 그러므로 평균 1평방마일당 1마일의 도로가 있는 셈이다. 도로는 너무 빨리 늘어나서 이제 전국 53개 주요도시 면적 중 30%를 도로가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엔젤레스 중심가 면적의 2/3는 오로지 자동차의 통행과 주차에 바쳐지고 있다. 시카고, 디트로이트, 미네아폴리스 등지에서는 도시 면적의 반정도가 "차량의 이동과 주차를 위해서만" 쓰인다.

194p : 지난 몇 년간에 걸친 연구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나른함을 잘 느끼고, 과민하고, 복통을 호소하며, 토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마비, 경련, 혼수상태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 학습장애아들의 경우 혈중 납 농도가 정상아들보다 높다." 대부분의 납중독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것이다.

204p : 도시가 팽창한다는 것은 에너지의 흐름이 커지고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여러가지 무질서가 축적됨에 따라 도시의 통치기구는 늘어나는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비대해진다.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도시의 서비스 수요는 매년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뉴욕시는 지난 10년간 인구는 감소했는데도 공무원의 수는 300%가 늘어났다.

208p : 보다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국방에 투입될수록 실질적인 부와 안보는 감소한다. 오늘날 미군은 미국 내에서 가장 큰 단일 에너지 소비기관이다. 연방정부의 에너지 예산중 80% 이상이 국방부로 간다.

209p : 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동의하는 바이지만, 군사비 지출은 인플레를 유발한다. 왜냐하면 군사분야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지급되는 반면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공급증가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사일 같은 것을 일반시장에 내다팔 수는 없다. 따라서 자동차, 냉장고, 기타 기계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210p : 국방예산을 더 쓰면 쓸수록 세계적인 긴장은 고조된다. 미국이 새로운 무기체제를 개발할 때마다 소련은 위협을 느끼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무기체제를 개발한다. 그러면 미국은 또 하나를 개발하고, 이러한 악순환은 지겹도록 계속된다.

214p : 미국의 무기체계가 복잡해지고 해외주둔 미군이 늘어감에 따라 팽창하는 군부조직을 유지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국방예산 중 국가방위 자체와 주요한 국익보호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전세계에 주둔해 있는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소비된다.

215p : 결국 전쟁준비는 인간 활동 중 가장 많은 엔트로피를 증대시키는 활동이다. 미사일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두가지 뿐이다. 파괴를 위해 사용하거나 고물이 될 때까지 보관하다가 폐기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 미사일을 만드는 데 들어간 지구의 자원은 고정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후손들이 쓸 쟁기를 빼앗아 칼을 만들고 있는 꼴"이다.

218p : 우리는 어떤 상황에 대해 느낌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보다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또한 어떤 일에 관해서는 지성보다 본능이 더 믿을 만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의 직관이나 본능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진실과 좀더 "주파수"가 잘 맞는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제2법칙과 관계가 있다. 앞서말한대로 사고과정에 단계가 많을 수록 일은 더욱 복잡하고 추상적이며 중앙집중화된다. 그래서 에너지가 더욱 분산되고 무질서가 발생한다. 인간정신 발달의 역사는 인간의 정신을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에서 점점 멀리 떼어나는 과정이다.

222p : 컴퓨터가 사회 각 기능에 속속들이 침투함에 따라 사회는 생존을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게 된다. 컴퓨터는 작업을 "효율화"시켜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컴퓨터화된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는 것이고 이 때문에 와해될 가능성이 커진다.

223p : 정말 이상한 것은 입수가능한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실제로 우리가 아는 것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세상은 과거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 보인다. --> 정보과부하 사회

230p :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병원, 약품 또는 사용된 기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을 말한다. 치료를 통해 어떤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건강문제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문제의 이유 중 일부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75~80%는 치료를 안해도 나을 병에 걸렸거나 현대의학이 발명한 가장 독한 약을 써도 치료가 안되는 병에 걸렸거나" 둘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수술도 하고 이런저런 약을 처방해주어서 애시당초 환자를 병원으로 오게 만든 병보다 더 큰 문제를 환자에게 안겨준다.

232p : 의학보고서에 따르면 "1974년 의사들은 240만건의 불필요한 수술을 실시하여 1만1900명이 불필요하게 사망했고, 대중에게 40억달러의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주었다. 여기서도 엔트로피 법칙이 작용한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현대의학이 적어도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를 "일시적으로"나마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늘어난 평균수명 통계가 현대의학이 개가를 올렸다는 증거로 거론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신화에 끈질기게 매달린다. 왜냐하면 이 신화야말로 의료 및 기타 활동에 대한 기계론적 접근을 계속 정당화 할 수 있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치료의학은 죽음에 이르는 주요 질병을 제거하는 데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고 늘어난 평균수명에 대해 생색을 낼 근거는 거의 없거나 전혀없다. 지난 몇 년간 실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거 150년간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데 주로 기여한 요소는 개선된 위생상태와 영양공급이다.

233p : 1900년 이래 미국에서의 사망률 하락의 주요원인은 11대 전염병이 사라졌기 때문. 이 11대 전염병은 티푸스, 천연두, 성홍열, 홍역, 백일해, 디프테리아, 독감, 폐결핵, 폐렴, 소화기 질환, 소아마비등인데, 이 모든 질병은 의학적 치료가 도입되기 전에 거의 사라졌다. 의학적 조치 (화학요법이든 예방의학이든)는 1900년 이래 미국에서의 전체 사망률 감소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의학적 조치는 이미 이 전염병이 급격히 수그러들기 시작한 지 수십년 후에나 도입되었으며, 대부분의 경우 어떤 영향도 찾아볼 수 없었다.

233p : 1950년대까지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계속 상승하다가 그 후 평탄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적어도 남성에 있어서는 평균수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의학이 첨단기술을 동원한 치료를 시작할 때쯤 되어 평균 수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234p :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제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서 급증하고 있는 여러가지 형태의 오염이다. 엔트로피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제 고도 산업사회에서 우리가 누려온 높은 생활수준과 방대한 에너지 흐름에 대한 대가를, 만연하는 질병과 죽음이라는 형태로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염이란 사회의 에너지 흐름에서 축적되는 분산된 에너지일 뿐이다. 에너지의 흐름이 크면 클수록 오염도 커지고 그로 인해 죽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이다.

제6부 : 새로운 세계관 - 엔트로피

247p : 현재 세계인구의 6%밖에 안되는 미국인들이 세계 광물자원의 약 1/3을 소비하고 있다.

249p : 제3세계 국가들이 서양과는 다른 형태의 개발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에너지 소비가 많고 중앙집중화된 기술 대신 시골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노동집약적인 중급기술에 눈을 돌려야 한다.

252p : 인간 사회의 엔트로피 진행과정을 자연의 엔트로피 진행속도와 비슷하게 맞추려면 우선 에너지 흐름의 절대량을 줄여야 하고 적은 양의 에너지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좀 더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

257p : 태양 에너지와 풍력은 인구가 밀집되고 산업이 고도로 집중화된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단위의 에너지와 대량의 원자재를 공급해 줄 수 없다. 태양 에너지 수집장치는 소량의 에너지만 낼 수 있을 뿐이다. 태양 에너지에만 의존하는 체제로 전환하려면 우리의 기술과 경제에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것은 곧 검약과 탈집중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258p : 태양 에너지는 지상의 유한한 자원과 상호반응하여 이를 변환시키기 때문에 이 둘을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생체 내에서의 반응이건 산업생산에 있어서건, 태양 에너지는 항상 지구상의 자원과 결합해야만 어떤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변환과정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한한 자원은 계속 무용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260p : 우리의 미래 에너지원은 태양이며,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우리가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기술집약적이며, 자원집약적인 태양 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헛된 노력에 계속 매달려 자원의 고갈을 촉진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단계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흐름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에너지 기반을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262p : 기술수준이 높을수록 순 에너지의 양은 줄어든다. 왜냐하면 상위기술일수록 수집장치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더 많은 양의 재생불가능한 자원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267p : 저엔트로피 세계관의 윤리적 기준은 에너지의 흐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268p : 물질에 대해 생각하면 인간은 거기에 집착한다. 집착함으로써 갈망이 생기고 갈망함으로써 분노가 탄생한다. 분노함으로써 망상이 생기고 망상은 기억을 지워버린다. 기억을 잃으면 분별력이 없어지고 분별력이 없어지면 파멸하는 것이다.

269p : 고엔트로피 문화에서 인간의 노동은 큰 가치를 갖지 못한다. 사회의 목표는 생산과정의 전단계에 걸쳐 인간의 노동을 없애고 자동화를 도입하여 에너지의 흐름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 생산성과 성장은 경제의 유일한 목표가 된다. 인간이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관여해야할 자리에 과학적 운영방식이 들어선다. 과학적 방식은 생산을 표준화하여 개인의 창의력과 결단력을 밀어내버린다. 육체노동은 저급하고 피해야 할 것으로 간주된다. 현대사회에서는 무엇이 만들어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많을수록 좋다"가 가장 중요한 원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시장만 개척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기어코 생산한다.

272p : 근로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도시국가들이 미래의 경제형태 및 정치형태로 선호될 것이다. 고도로 집중화된 경제 및 정치제도는 에너지 흐름을 증가시켜 무질서를 만들어낼 뿐이다.

273p : 저엔트로피 문화는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며 이 둘을 결코 분리하지 않는다. 자연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생명의 원천이 된다.

282p : 저엔트로피 경제로 옮겨가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세계지배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이 공룡들이 에너지 환경의 변화를 견디지 못할 이유는 많다. 우선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전세계로부터 끌어모은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100% 의존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에너지 환경의 공룡인 것이다. 너무 크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너무 전문화된 이들은 생산방식이 지역화되고 소규모화됨에 따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다.

283p : 적정기술의 정의 --> 지역단위로 만들어지고, 노동집약적으로 활용되고, 탈집중적이고, 수리가 가능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가동되고, 생태적으로 안전하며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기술

284p : 산업혁명 이전의 태양 에너지 시대에 지구가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은 10억명에 불과했다. 그 정도의 인구를 가지고도 지구의 자원은 크게 착취당했다.

289p : 불확정성의 원리 -->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소립자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립자의 본질 때문에 관찰하는 행위 자체가 관찰대상을 고정하고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자가 보이는 것은 그것이 빛을 방출할 때뿐이다. 그런데 전자가 빛을 방출하는 것은 그것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건너뛸 때뿐이다. 그러니까 전자가 어디 있었는가를 알려면 "관찰자"가 전자를 딴 곳으로 보내버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모두 다 알수는 없다. 즉 전자의 위치 또는 속도 중 하나는 측정할 수 있지만 두가지 모두를 동시에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그의 발견으로 고전 물리학은 사상 최대의 타격을 입었다. 하이젠베르크는 뉴턴역학에 의지해온 세계관의 근본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294p : 엔트로피 법칙은 이제 곧 과학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서 뉴턴역학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직 엔트로피 법칙만이 변화의 본질과 방향 그리고 변화의 과정에 관련된 모든 것들의 상호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95p : 오늘날의 교육에 있어, 시험문제는 모두 이름, 날짜, 장소처럼 정확히 측정될 수 있고 애매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들만 다루고 있다. 시험 자체가 고전 물리학의 틀에서 직접 따온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초기 조건에는 단 하나의 올바른 결과만이 있을수 있다는 발상이다. 우리는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답이 아니라 과정이다.

299p : 진보를 지향하는 학문은 과정으로서의 학문으로 대치될 것이다. "자연과 맞서는 인간"이라는 개념은 "자연속의 인간"이라는 개념으로 대치될 것이다.

302p :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에너지 흐름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인식해왔다. 불필요한 에너지의 소비가 혼란과 무질서만을 가중시킨다는 것을 일찍부터 가르쳐왔다. 동양종교에 의하면 주변세계와 하나가 되어야만 사람은 궁극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려면 주변의 자연과 일체가 된 관계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서양인들은 진리와 지혜에 대한 동양적인 접근방식을 이해하는 데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서양인들은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만 세상의 비밀을 여는 열쇠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노력을 통해 진리를 늘릴 수 있고 결국 우주의 궁극적인 모습과 마주설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사실의 파편들을 긁어모으고 짜맞추어 우리 주변의 세계를 조작하고 개편해왔다.

303p : 자연에 대한 전통적인 기독교 접근방식은 생태계 파괴의 주요인이 되었다. 내세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현재의 물리적 세계는 무시당했고 착취당하기까지 했다. 진정 가치있는 것은 천상의 세계에서나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으로 구성된 이 세계는 저열하고 타락하고 무가치한 것이므로 경건한 생활을 하려는 사람과는 별 관계가 없는 곳이다. 이 세계는 내세를 향해 가는 정거장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현세보다는 신의 나라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서양을 지배해온 기독교 교리의 단점 중 하나는 창세기에 나오는 세계지배에 관한 것이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이 "지배"라는 개념은 인간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조작하고 착취하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되었다. 그러나 이제 기독교 교리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작되고 있다. 오늘날 형성되기 시작한 창세기의 새로운 해석은 이렇다. 신은 하늘과 땅과 지상의 모든 것을 창조했기 때문에 피조물들은 모두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신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신이 자연에 부여한 불변의 목적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도 죄악이고 반역이다. 이것은 신학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하다.

317p : 태양 에너지의 흐름은 사실상 무한하지만 지각을 구성하는 물질은 그렇지 못하다. 지구상의 물질은 끊임없이 열악해지고 분산되어간다. 자연적으로 재생된다고 해도 소비된 물질의 일부만 재생되어 미래에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완전히 손실되어 회수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시스템 전체를 통해 물질과 에너지 흐름을 높이면 높일수록, 태양이 언제까지 지구를 비추느냐에 관계없이 재생가능한 자원은 고갈되어 버릴 것이다.

322p :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아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더욱 더 이해하지 못한다.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괴리되고 도시화된 우리의 지성은 환경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통찰할 능력이 없다.

324p : 자신의 의지와 기술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볼때 가장 어리석은 농부나 미개인들도 전문가 사회의 가장 총명한 근로자나 기술자 또는 지성인보다 더 유능하다.

332p : 깨달음이란 뭔가를 "경험"하는 것인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깨달음을 "성취"하려고 몸부림친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광분하면 할수록 우리는 자연의 리듬에 거역하게 되고 따라서 우리가 원하는 깨달음과는 멀어져 갈 수밖에 없다.

333p : 궁극적인 도덕률 --> 가능한 한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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