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이미 파란닷컴에서, 연재가 끝난 이 놀라운 양영순의 웹툰은 최근 6권짜리 단행본으로 출시되었다. (본인은, 사실 단행본으로 출시되기 전에 이런 만화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음... ㅡ,.ㅡ;;) 단행본을 주문하고서, 잠시, 웹에서 맛만 볼려다가... 기냥 끝까지 다 봐 버려서... 좀 허탈하긴 했지만... 양영순 특유의 단편 성인코믹에로와는 느낌이 또 다른, 기괴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독자들을 정신못차리고, 푹 빠져들게 만든다... 놀라운 점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로서로 연결되고, 다시 현실 속의 샤리아르 왕과 세라쟈드와 포개지면서 또다른 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

참고로, 실제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양영순 순수 창작 만화이고, 2006년 현재, 파란닷컴에서는 그간의 연재물을 볼수 없어 조금 아쉽다... 웹으로 연재된 것은 웹에서만 느낄수 있는 독특한 레이아웃이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아무튼, 절대 후회없을 소장용 6권 전집 구입후,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독특한지... 함 보자... 식음을 전폐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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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코믹테크와의 1997년 인터뷰...

양영순씨는 신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명성을 얻고 많은 만화인구의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죠?

- 독자들이 내 만화를 봐주고 게다가 관심까지 가져 준다면 저야 무지 고맙고 좋죠. 그러나 남들이 제 만화를 봐 주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만화를 그만두고 다른 것을 할 수 있겠어요? 그건 아니죠. 그러니까 그런 저에 대한 여러 평가나 이야기들은 매체가 만들어낸 거품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동안 한 인터뷰 중 한겨레신문사의 씨네21에 저의 기사를 실어준 기자님에게 참 감사하는데 나에 대해 너무 잘 써주시는 바람에 사람들이 제가 갖고 있는 것 이상으로 나에 대해 상상하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아마도 참신한 신인을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한 의도로 여러 매스컴이나 또는 여러 작가 선생님들께서 그런 평가를 해 주신 것 같은데, 그러나 그러한 평가와 찬사들이 실제 나의 능력이나 오성에 비해 너무나 확대 포장되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것도 어디까지나 만화계를 위해 후배를 이끈다고 하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독자들은 그런 찬사에 너무 현혹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쨌든 전 만화가니까 저의 만화를 보시는 독자 여러분들이 스스로 판단을 하시겠지요.


생활면이나 심리적인 면에서 데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습니까?

- 데뷔 전에는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욕을 먹지 않았었죠. 데뷔 전에는 저 스스로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원고에 쫓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약속을 자주 어기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약속도 함부로 못하게 되더라고요. 가련 제가 만화작업을 하는 기간을 3일로 잡아 본다면 그 3일의 하루하루마다 꽉 짜여진 스케줄이란 게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런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 도중에 만날 약속을 하자는 전화가 옵니다. 그럼 저 같은 경우는 3일 후, 작업이 끝나고 난 후에 약속을 잡자고 하죠. 그러나 상대편에서는 하루 일하고 그 다음날 만나고 나서 작업을 하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3일의 작업일 중 두 번째 날에 만나자는 것이죠. 그러나 만약 약속을 그렇게 해 버리면 작업리듬이 깨져 버리게 되므로 그 약속은 무산을 시키는 수밖에 없게 돼요. 모두들 각자의 스케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내 임의대로 약속을 정해서 서로가 적절한 시간대를 찾는다는 것이 참 힘들더라고요. 그런 저의 처지를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해 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은 없습니까? 있다면 그러한 비판에 대한 본인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비판받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견해로는 비판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어떤 잣대를 가지고 비판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저 나라는 존재가 만화를 그리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아, 젊은 놈이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구나’ 라고 생각해 주기만 하며 된다고 느낍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만화가 사람을 바꾼다거나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화는 소모품이며 사람들의 기호입니다. 우리가 담배를 피거나 피자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듯이 만화도 사람들이 만화를 필요로 할 때마다 찾는 그런 기호품인 것이지 결코 만화가 무엇을 변화시킨다든지 사람 삶 깊숙이 관계하여 영향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담배나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심각하게 비판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들누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단어지요?

- 국수라는 뜻의 누들을 누드의 단어와 합성시킨 것인데 순전히 어감상의 문제이지 어떤 사전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제목을 이용하여 처음부터 ‘성’을 다루려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우리집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이었지요. 부모님이 칼국수집을 운영하시는데 그 칼국수 집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것입니다. ‘누드’의 발가벗긴다는 의미를 삽입해서 칼국수집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정말 솔직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 칼국수집 이야기를 원고작업해서 잡지사를 찾아 갔더니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그러니까 퇴짜를 맞은 거지요. 그런 상황에서 마침 ‘핫 윈드’라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었는데 그 때 작업한 원고가 바로 ‘미스터 블루’의 신인 공모에 당선된 곤충채집하는 여교수와 조교의 이야기인 ‘곤충채집가 L과 K’인것 입니다. 그런데 그 원고를 마치고 잡지사로 들고 가려고 집을 나섰을 때 순간적으로 심한 마음의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 잡지사에서 그동안의 원고료가 상당히 밀려 있었기 때문에 선뜻 그 원고를 가져다주는 것에 대해 망설여졌던 것이지요. 그래서 잠시의 갈등을 겪고 난 후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차라리 다른 잡지사로 가져가 보자라는 결정을 하고 ‘미스터 블루’를 찾은 것입니다. 저는 그 당시 공모전을 하고 있는지 그 여부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 갔던 것인데 마침 제가 찾아 갔을 때 한창 공모전 작품의 접수를 받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저의 작품을 접수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대상의 영광까지 안은 것이고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칼국수집 이야기였던 ‘누들누드’라는 타이틀이 어감상 주는 뉘앙스가 이 작품의 내용하고도 부합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냥 제목으로 정해버린 겁니다.


작품의 모티브를 누구나 표현하기를 주저하는 적나라한 성의 묘사로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면도 있고 매체가 가진 특성상 성과 폭력이라는 이슈는 항상 부딪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상업적인 목적에서였든 작품 자체가 가지는 무게를 떠나서 성과 폭력의 문제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억압적입니까? 그런 현실에서 앞으로 누군가 한번쯤은 성과 폭력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시도를 해 본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만화가 워낙 성과 폭력이 난무하니까 개인적으로 그런 만화들을 보고 자라온 나로서는 그런 문제들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누들누드는 매회 성에 관련된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습니다. 기자가 생각하기에도 매회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데 작품의 구상과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찾으시지요?

- 요샌 주위 사람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습니다. 언제까지 그런 만화만 그릴거냐, 제발 그만둬라, 왜 자기 살 깎아 먹는 짓을 하느냐는 등, 저 스스로도 슬슬 바닥이 보이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재학시에 여러 선배나 후배, 동료들과 같이 생활하고 작업하면서 살아있는 이야기에 대한 소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저는 제 이야기의 소재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 같은 이야기들인데 상황만 조금씩 다른 것이지요. 성에 관련된 여러 가지 설정들을 가지고 막연한 성지식, 예를 들어 발기에 대한 문제, 자극을 받았을 때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성지식을 이용해서 그러한 설정들을 과장하고, 비유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모티브들을 연작 형식으로 상황설정만 바꾸어서 이야기를 꾸밉니다. 사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기발하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저 ‘이 작가가 이런 식으로 시도를 했구나’라는 정도랄까요? 사춘기 때, 특히 고등학교 시절 때 친구들이 모이면 많이들 음담패설을 하지 않습니까? 제가 생각했을 땐 정말 그 때 들은 이야기들이 훨씬 기발했었다고 봅니다. 제가 계속 작업하면서 느꼈던 것이 만약 저의 만화를 고등학생들이 보면 얼마나 비웃을까라는 것이에요. 그것은 바로 그동안에 성에 대한 의식이 알게 모르게 터부시하고 그것이 대중매체든 무엇이든 표현 자체를 억압해 왔던 현실에서 저의 만화가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뿐이지 사실 발상 자체가 전혀 새로웠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잠재의식 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으나 밖으로 꺼내길 꺼려하는 부분을 그저 만화라는 표현매체를 통해 묘사한 것뿐입니다.


미 스터 블루 7월 10일자인가요? 68회분의 누들누드에 바른 생활을 하려는 만화가의 모습을 실으셨는데 그 중에 허영만, 박흥용 선생님 등 선배 만화가들의 이름 앞에서 도움을 청하는 컷이 나오더군요. 정말로 그 분들이 본인이 제일 존경하는 분들입니까?

- 두 분 다 매우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같은 컷에 나오는 ‘궁기준’이라는 이름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한자표기입니다. 허영만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그 분의 작품도 작품이겠거니와 그 분의 만화가로서의 생활방식이나 그 왕성한 창작활동과 능력 등이 제일 존경스러운 부분이죠. 그리고 박흥용 선생님은 그림이 너무 좋습니다. 한마디로 환상적이에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박 선생님 초기 단편작인 ‘백지’라는 작품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두호 선생님을 제일 존경합니다. 그 분의 삶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과 여러 번 만나 뵈면서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두호 선생님은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작가’라고 감히 평하고 싶습니다. 어떤 경로로 보게 되든 이두호 선생님의 함자 석자만 있으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솔직히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신뢰를 줄 수 있는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선생님과의 인연은 대학교 4학년 때 서울 예전에서 한 달간 개최되었던 만화아카데미였었는데 그 당시 강의 중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 하나가 기억에 남는군요. 그 때 모인 사람들이 40명 정도였는데 우리를 굽어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중에서 만화가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이 모임은 성공한 것이다.”라는 말씀이었는데 우리나라 만화계의 현실을 단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만화가로 활동하다 보니 그 때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가 갑니다.


해외작가 중에 좋아하는 작가는 없습니까?

-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일본의 미야자끼 하야오와 그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의 소견이지만 그의 작품은 만화가 취할 수 있는 궁극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화 작가로는 테라사와 부이치라고 하던가요? 옛날에 ‘코브라’라고 하는 작품을 만든 작가인데, 007적인 연출 방식이 마음에 들고 그림체 자체도 저의 취향에 맞고 해서 매우 좋아하고 있습니다.


누들누드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느닷없는 반전에 보는 이로 하여금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치밀한 연출의 힘이라고 보는데 연출기법을 따로 공부한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주로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셨습니까?

- 연출기법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저의 연출이 좋다라고 하는 평가엔 부담감을 느낍니다. 저 스스로도 저의 연출에 대해 만족감을 못 느낍니다. 너무 미숙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출이라고 하는 것은 공부해야 되는 부분도 있어야 되겠지만 개인적인 심성에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의 그림을 모니터해 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가 ‘너는 움직이는 모습, 예를 들어 달리는 모습을 글려도 정지해 있는 것 같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격렬한 동작을 표현하려고 해도 정지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죠. 스냅사진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 것들이 제가 의도적으로 표현했다기보다는 저의 성향, 즉 심성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누들누드를 보면 동화의 모티브에서부터 고전, 미래, 근대사, 실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설정을 하고 있는데, 스토리 구상을 할 때 에피소드를 먼저 만듭니까, 아니면 그런 배경설정을 먼저 합니까?

- 작품구상을 할 때 제일 먼저 모티브를 설정합니다. 예를 들면 누들누드 중 ‘회고’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묘목을 살리기 위해 학교 계단 난간을 타고 내려오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 묘목의 주인이었던 여고생이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되어 딸에게 들려준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의 모티브를 순간적으로 지하철역에서 발견하게 되었죠. 언제인가 지하철을 타려고 역사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는 것이에요. 그 때 눈에 들어 온 것이 계단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난간이었습니다. 저걸 타고 내려가면 빨리 내려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이야기의 모티브가 떠오르는 것이었어요. ‘저걸 남자말고 여자가 치마를 입고 타고 내려가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스토리를 짜기 시작했고 그 스토리 밑에다 학교라는 배경설정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러니까 생활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상황과 막연한 성지식(남자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는 막연한 성지식), 위의 예같은 여자들도 흥분하면 사정을 할까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모티브가 서로 결합되고 마치 칵테일처럼 뒤섞여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또 한 예로 군 면제 대상인 살찐 친구가 우유를 마시는 이야기인 ’해프닝‘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같은 경우도 우연한 상황에서 모티브를 발견한 것이지요. 밤새서 작업을 하고 난 후 선배들과 매점에 가서 음료수를 마시다 선배 한 분이 피곤에 지쳐 매점 앞에 차려져 있는 평상에 드러누워 잠이 든 거예요.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들이 잠이 든 선배의 그 부분에 마시고 난 빨간 콜라 캔을 올려놓았는데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자지러지더라구요. 이런 경우도 역시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콜라 캔이라는 소품이 내포하고 있는 모티브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연재 초기에는 그런 실생활에서 겪는 해프닝이라든가 사람들과 만나서 듣게 되는 음담패설 등에서 많은 주제를 찾았고 그래서인지 반응도 좋았다고 보는데 점점 바빠지고 혼자 떨어져 작업하는 환경이 되니까 그러한 주제를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어서 요새는 마감 때마다 머리가 아파요.


캐릭터가 참 신선하고 특이하다고 생각됩니다. 캐릭터를 창조하셨을 때 어떤 식으로 습작을 하셨습니까? 주로 영향 받은 작가라도 있었습니까?

- 제 캐릭터는 타 작가의 캐릭터를 모작을 하면서 창조되어진 것이 아닙니다. 처음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기초적인 인체데생으로부터 출발을 했는데 ‘루이즈 고던’이라는 사람이 쓴 ‘인체해부와 묘사법’이라는 책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다양한 골격과 근육에 대해 삽화를 곁들여 설명을 하고 있고 다양한 포즈의 크로키들도 삽입되어 있는, 제 그림의 기초를 완성시켜준 책이었습니다. 타 만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그 책으로만 공부하고 습작을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인체에 대한 묘사가 만화체의 묘사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어서 특이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기자께서 제 캐릭터가 독특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속으로 조금 찔리는 부분이 있어요.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저의 그림이 너무 미숙하다 보니 오히려 그런 미숙한 부분이 더욱 특이하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이죠. 처음에는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제 그림에 대한 구멍이랄까, 느끼지 못했던 미숙함과 서투름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그럴 때마다 제가 얼마나 거품같은 존재인가라는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적이 많아요. 박흥용 선생님이나 ‘무한의 주인’의 작가인 히로아키 사무라같은 대가들의 작품을 보면 그런 느낌은 더욱 증대되죠.


작품을 보면 스크린 톤을 거의 안 쓰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죠?

- 게을러서죠,뭐. 하하, 사실 스크린 톤을 쓰면 그림도 깔끔하고 칼라풀하기도 하죠. 제가 아무래도 성에 관한 만화를 그리다 보니 잡지사에서도 염려가 많습니다. 지금 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두 번이나 받은 상태라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런 경고를 받게 되면 벌써 스스로에게 제재를 가하게 되죠. 그런 연유로 스크린 톤 사용을 자제하게 된 것인데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성을 다루는 만화의 캐릭터가 실사체로 표현된다면 그 만화에 심의의 제재가 가해짐은 물론이요, 작가까지도 법의 심판을 받을 위험이 있어요. 그것은 배경처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스크린 톤을 쓰게 되면 리얼리티가 살게 되니까 제 그림을 보고 그저 그림이려니, 만화려니 하는 느낌을 독자들로 하여금 갖게 하려고 의도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제 만화가 독자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렸다간 큰 일 난다는 것이죠.


보통 한 회분 작업에 얼마나 소요됩니까? 콘티, 스케치, 잉킹, 뒤처리까지 단계별로 설명 부탁합니다.

- 전 작업을 늦게 시작하는 편입니다. 고료를 받으면 고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작업에 착수를 하지 않죠. 보통 마감이 15일, 30일 이니까 가령 15일이 마감이라면 12일 정도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셈이죠. 그런 면에서 힘든 점이 많은데 늦게 시작하는 만큼 밤샘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밤새기는 싫은데 잠은 자고 싶고, 어쩔 수 없이 밤을 새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자기관리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흐트러지기 쉽고 지치다 보면 정해진 생활패턴이란 것이 무너지게 되니까 자신이 정해 놓은 규범을 망각하기 쉬운 겁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허영만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이죠. 그 분 같은 경우는 마치 회사원들처럼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철저하게 지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화를 해보면 알겠지만 창작 작업이라는 것이 그런 철저한 규칙 속에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절제되고 통제된 자기 관리 속에서 그토록 훌륭한 작품을 하시는 허영만 선생님이 존경스러운 것입니다.

-3~4 일 정도 소요되는 작업 시간 중 콘티 짜는데 배정된 시간이 제일 많습니다. 빠르면 하루 만에 콘티가 나오지만 오래 걸리면 3~4일 정도도 예사랍니다. 한 번은 5일 동안이나 머리를 싸맸는데도 콘티가 짜지지 않아 아주 애를 먹은 경험이 있어요. 러프 스케치나 잉킹 등은 비슷비슷한 시간이 걸립니다. 어쨌든 한 페이지를 완전히 끝냈다라고 생각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두 시간 정도입니다.


모든 공정을 혼자서 하시는데 혼자 작업하는 것이 좋으세요? 그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 문하생을 쓸 계획은 없는지.

- 글쎄요. 누들누드가 굳이 문하생을 쓸 정도로 어렵고 복잡한 공정의 만화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부린다는 것이 많은 신경을 써야 하니까 그것도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 새 연재를 하게 되면 톤을 전문으로 맡을 분을 한명 물색할 예정입니다.


다 분히 한국적인 작품을 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양영순씨가 존경하는 이두호씨도 그러한 한국적 작가의 한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그런 시대극을 하지는 않더라도 일본만화의 영향없이 자기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표출하고 있는 작가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양영순씨도 그런 작가 중의 한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양영순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제가 처음 만화를 시작할 때 저의 그림 풍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냄새가 난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만화에 대해 상업적이니 퇴폐적이니, 일본만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작가들의 성향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유럽이나 미국만화를 따른다고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본만화를 배격하자고 외치면 외칠수록 더 더욱 유럽과 미국만화를 모방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죠.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의 것’이라는 정의는 무엇이냐는 것이죠. 사실 만화라는 매체 자체의 원류가 일본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데츠카 오사무가 떨어트린 불씨가 지금은 아시아 뿐 만 아니라 온 세계로 퍼지고 있는 상황인데 왜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인지. 그런 일본만화의 영향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나서 ‘우리의 것’에 대한 발전을 모색, 연구하고 우리의 정서를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 저의 그림체가 어떤 특정한 작가의 그림체를 모사한 것은 아니라서 그러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계속 만화를 그려가면서 점점 그러한 성향을 닮아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요. 물론 그렇게 되더라도 제 나름대로의 선과 특징이 있으니까 제 만화를 보는 독자들이 ‘이건 양영순의 만화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형태라든지 연출, 그림체 등 제 만화의 이미지들은 제가 십 수 년 간 영향 받아 온 일본만화와 비슷한 성향을 띠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러한 일본만화를 배격하는 작가 군에 반해서 일본만화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작가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니 오히려 압도적인 수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그런 작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더 베껴야죠! 좀 더 많은 작가들이 더 줄기차게 베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자신이 베끼다가 자기 스스로가 지쳐야 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사과를 놓고 여러 명이 둘러 앉아 그 사과를 그린다면 그 사과는 모두 다르게 표현될 것입니다. 그렇듯이 처음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본만화든 아니면 특정 작가의 만화든 계속 베끼고 따라하다 보면 일본만화는 일본만화대로, 또는 특정한 작가라면 그 작가 나름대로의 장점들이 있으니까 그러한 장점들을 작가 자신들의 개성과 융합을 이루어 결국엔 자신만의 고유한 만화의 냄새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양이 많아지면 질이 변하듯이 스스로가 지칠 때까지 계속 모작에 모작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어 봐야 하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국민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자인 계열의 명문을 졸업하고도 만화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대학을 간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크라잉 프리맨’같은 만화를 보면서 ‘야, 만화로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그런 만화들을 접하면서 만화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게 됐고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론을 몰랐죠. 그래서 그 해결책을 나름대로 찾은 것이 미술대학으로 진학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술대학으로의 입시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과 선택이 문제였죠. 할 수 없이 다니던 미술학원의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 분 말씀이 막연하게 시각디자인과가 가장 만화에 가까운 과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시각디자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대 시각 디자인과에 지원,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 아시다시피 만화에는 만화체라는 것이 있어서 보편적인 인체데생과는 사뭇 다릅니다. 입학 전에는 그런 만화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해서 막연히 인체데생을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에 입학을 하게 된 것이었지요. 그러나 저의 상상과는 좀 벗어난 부분이 많아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재학 시에도 만화를 계속 그렸는데 구체적인 활동은 교지에 네 컷 만화를 그린 것이 제 만화활동의 전부였고 명실상부한 만화활동은 누들누드가 최초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 림체를 보면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답지 않게 다분히 회화적인 요소가 많이 깃들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예를 들면 그림의 모든 선이 프리핸드로 처리되어 있고 의성어, 의태어의 묘사 또한 그렇습니다. 시각디자인이라면 보편적으로 깔끔하고 정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양영순씨는 그러한 경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아마도 일러스트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 딴에는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샌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교수님이 제 등 뒤에서 제 작품을 보고 계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너, 어디가서 우리학교출신이라고 하지마라.” 디자인을 전공하신 분이라 그런 면에서 굉장히 까다로우신 분이었는데 작품에 회화적 성격이 너무 강하다든가 그 분 관점에서 디자인적인 요소가 결여되어 있으면 여지없이 깎아 내리곤 하셨죠. 제가 시각 디자인과를 졸업하긴 했지만 제가 생각해도 저는 디자인 쪽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만화쟁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정형적이거나 깔끔하다고 하는 보편적인 틀만이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회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부분들이 요즘 추세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대학에서 수학한 전공들이 본인의 작품에 도움이 되었다면 어떠한 점이 있겠습니까?

-도움이 된 부분이 많죠. 특히 과목 중에 CF를 제작하는 과목이 있었는데 그 수업을 통해서 연출이라든가 콘티, 카메라 구도 같은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처음 만화를 시작하는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프로작가로서 조언의 한마디를 부탁합니다.

-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미술계열 대학에 갔지만 솔직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워낙 작업이 힘들었고, 관심 밖의 분야라서 그런지 과내에서도 계속 겉돌게 되는 아웃사이더였습니다. 과제도 중간 평가 때 제출하는 법이 없이 교수님이 퇴짜를 놓지 못하게 항상 최종 마감일 날에 제출하곤 했죠. 그러나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긴 했어도 재학 시에 익히고 배웠던 지식과 테크닉은 정말 무시를 못하는 겁니다. 제가 이제 만화를 시작하려는 만화가 지망생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림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정식교육을 받진 못하더라도 그러한 교육의 방법들을 모색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누드 크로키를 많이 했으면 하는데 홍대 근처 화실 등에서 누드 크로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돈이 좀 들긴 합니다만 미스터 블루에서도 만화가 지망생을 위한 누드 크로키교실을 열 예정이라니까 그러한 기회를 잘 이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함부로 만화를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흔히들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만화를 좋아하는 매니아적 입장과 만화를 만드는 작가적인 입장은 엄연히 틀린 것입니다.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들고 잡지사를 찾았다가 자기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실력의 벽과 괴리감을 느끼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지망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만화를 좋아하는 것만큼 만화를 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만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만화를 하려는 사람들, 그러니까 만화에 대한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은 일단 만화를 그렇게 많이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화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좀 곤란하지만 어쨌든 만화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후배들과 5분만 이야기하다 보면 이 사람이 만화를 할 사람인가, 아니면 무언가 헷갈리고 착각하고 있는가의 여부가 확실히 드러납니다.


만화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습니까?

- 사실 두렵습니다. ‘만약 내가 만화를 그만두면 뭘 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건 포기의 개념은 아닙니다. 노파심, 또는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언젠가 저의 실력이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었을 때 잡지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으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이지요. 사실 원고를 퇴짜 맞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익숙해 있습니다. 보통 원고를 퇴짜 맞으면 풀이 죽기 마련인데 저는 오기가 생겨서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맘에 들어 할 때 까지 다시 그려갑니다. 오히려 퇴짜를 맞으면 더욱 더 힘이 솟는 스타일인 것이지요. 어쨌든 만화가 같은 자유직업이라는 것이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노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니까요.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노력을 경주해야겠지요.


그럼 그런 면에서 자기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채찍질 합니까?

- 대가들의 작품을 봅니다. 주로 미야자끼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봤던 것이라도 또 다시 보곤 하는데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절로 긴장이 되고 해이해졌던 마음가짐도 바로잡게 됩니다. 또 저 자신의 주제파악도 하게 되고 뭐랄까, 겸허해 진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그러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동료 만화가들과의 교류는 없습니까?

- 같이 미스터 블루에서 연재하고 있는 윤태호씨, 심갑진씨, 강모림씨하고 가깝게 지냅니다. 원고 마감 날은 항상 모여야 한다는 묵계가 있을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 점프나 챔프에 있는 분들과도 교류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같은 잡지에 연재를 하고 있는 만큼 더 가까울 수밖에 없겠죠. 요새는 그 분들하고 누드 크로키 모임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모습들이 서로 너무 좋습니다. 만화쟁이라면 죽을 때까지 계속 연필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의 모임에 한 분씩, 한 분씩 끌어 들여서 정말 연구하고 공부하는 만화가들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그것이 저의 바램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서 얼마나 많은 만화가들의 호응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앞으로 장편극화를 하실 계획은 없습니까?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인지 알고 싶고요, 지금 성인지 한 곳에서만 연재를 하고 계시는데 소년지나 Young지에 연재할 계획은 없으신지 그 여부도 알고 싶네요.

- 지금 Young지에 실을 만화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누들누드와 병행할 예정인데 장르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굳이 말한다면 폭력을 주제로 한 아주 어설픈 SF죠. 제목은 철견무적, ‘철로 만들어진 개는 흔적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처음 구상은 학원 폭력물이었는데 요새 학원 폭력사태가 문제시 되고 있는 시기인 터라 아무래도 학원 폭력물을 다루게 되면 심의에서 상당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을까 해서 SF물로 바꾼 것입니다. 내용은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기가 어렵네요. 간단하게나마 배경설정에 관해 말한다면 ‘광무 제25년’이라는 애매한 연대 설정에 ‘생도총국’이라는 가상 국가의 장소설정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 곳은 동 단위의 세계관입니다. (여기서 동 단위란 서초동, 봉천동과 같은 행정구역상 명칭을 가리킵니다.) 그 동의 동장들이 ‘싸울아비’라는 무사계급을 거느리고 타 동과 경쟁하고 전투를 벌인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싸울아비’들은 모두 팔만 사이보그로 개조를 합니다. 여러 가지 섬뜩한 무기들도 많이 등장해서 정신없이 싸우는 이야기인데 누들누드가 성에 관련된 작품이라면 이 ‘철견무적’은 순수한 폭력을 지향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누들누드와는 달리 스크린 톤 작업도 많이 할 생각이에요. 이 작품은 미스터 블루에서 출간되는 ‘영 레드’라는 영지에 연재할 계획인데 지금은 콘티 1회분이 짜여져 있는 상태이고 8월부터 연재될 것입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타 잡지사와 일할 생각은 아직 없으세요?

-기회는 몇 번 있었는데 퇴짜를 맞았습니다.(또?) 주제파악도 못하고 소년지에 도전한다고 덤벼 봤었는데 보기 좋게 퇴짜 맞았지요. 뭐, 조금 더 실력이 쌓이면 꼭 다시 한 번 소년지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성인지보다 소년지에 연재하는 것이 더 좋은가 보죠?

- 소년지가 성인지보다 고료가 더 높으니까요. 하하 농담이구요, 조금 더 철이 들고 경력이 쌓이면 취향이 아동만화 쪽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앞의 농담처럼 단순히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아무래도 만화의 궁극적인 모태는 역시 ‘꿈’이니까요. 아직은 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설익은 감정으로 벗기고 죽이는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어느 정도 저 자신이 성숙해졌다는 판단이 서면 어린 세대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만화를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만화를 그리는 시간 외에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십니까? 만화 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없습니까?

- 주로 프라모델을 만듭니다. 프라모델 제작에 관한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있으면 머릿속의 잡념이 다 사라집니다. 그 때 만큼은 아무 생각도 안하고 프라모델 조립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실 재 양영순씨 집에는 그가 만든 프라모델이 도처에 진열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에반게리온에 심취해 있는 듯, 반다이사에서 나온 에바1호기의 인젝션 키트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장식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물고기가 살아야 할 어항 속에서 프라모델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여태껏 이야기한 내용들을 총 정리하는 기분으로 만화라는 문화의 한 갈래가 우리 사회에서 갖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누구나 만화를 보는 시기라는 것이 있어요. 그 시기가 지나면 만화를 보지 않게들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만화의 가치관을 떠나 독자들에 대한 바램 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만화를 보는 시기만큼이라도 만화가 독자들의 가슴에 꿈을 심어주고 독자들의 가슴을 꽉 채워 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만화가 사회에서 갖는 역할을 다 했다고 봅니다. -코믹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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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몬스터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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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창규
    2009.11.12 02: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양영순님이 얼마전 플루타크 영웅전을 끝내고...

    플루타크 영웅전2부는 언제쯤 하나...어떻게 하면 알수있을까...

    하다가 양영순님의 홈피에 가보자생각하고

    양영순으로 검색하는데...

    블로그 두번째 검색되길래...우연히 읽엇는데....

    코믹테크란 잡지 글이 있어서 댓글을 안달래야 안달수 없어서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코믹테크란 잡지글은 어디서 구하신건가여??

    혹시 보유하고 계신 잡지글을 옮기신건가여??

    아...만화 그리는 사람에겐 정말...

    가장 아쉬웠던 잡지였는데여....코믹테크....

    머..소실적 만화를 그렸고...저도 지금은 디자인을 하고있긴 하지만...

    애니를 시러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저로선 뉴타입만 있는 현실이 너무 아쉽네여...

    코믹테크가..98년인가...99년인가...폐간된거로 기억하는데....

    하튼...서론이 길었네여...

    코믹테크....란 글자가 너무 반가워서....

    잊고있던 추억이 떠올라서 이렇게 글 남기고 갑니다

    리키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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