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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2012)

bOOKS + mAGAZINES

by 몬스터디자인 2017. 10. 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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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한국어 제목은 꽤 충격적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디자이너들이 좀 더 신경써서 잘 만들어야 된다 정도?) 다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인사이트 - 요즘같은 최첨단 기술 시대에 단순함은 항상 옳고 복잡함은 항상 그르다는 식의 명제는 시대착오적인 편견에 불과하다 - 만큼은 탁월하다고 본다. 그리고, 저자는 복잡함과 혼란스러움을 구분해야 한다고 일갈(?)하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사실상 동의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름 디자이너들에게는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간의 판단 가이드로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7p : 디자인 전문가들은 그토록 원하던 '심플한 제품'을 만나는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능이 빠졌다고 불평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심플한 제품이란 무엇인가? 

8p : 왜 그리도 많은 버튼과 온갖 기능을 달고 있어야 하는가? 사람들이 그러한 물건을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단순해 보이는 제품은 기능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해 돈 주고 사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기능'임을 뜻한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단순한 제품을 원한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누구나 두 가지 제품을 놓고 어떤 것을 살까 고민해본 순간이 있을 것이다. 두 제품이 저마다 지닌 사양을 비교하면서 하나라도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동시에 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사람들은 기업이 일부러 사용에 혼동을 일으키는 제품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것을 강력히 원한 것이다. 하나라도 더 기능이 많은 것, 즉 복잡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제 단순함은 시대에 뒤떨어진 신화에 불과하다.  

9p : 이 책에서 나는 복잡함에 대한 기존의 시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삶은 복잡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들어맞아야 한다. 결국 이 세상의 요구는 우리에게 복잡함을 강요한다. 최고의 디자이너는 맹목적인 단순함을 파괴하고 복잡함을 정복해 세상에 맞는 디자인,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맞는 디자인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 

21p : 항공기 조종실은 복잡해야 한다. 대신 혼란스러워서는 안 된다. 내가 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함과 혼란스러움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어서다. '복잡함'은 이 세상의 상태이고, '혼란스러움'은 마음의 상태다.  

23p : 현대 기술은 복잡하다. 복잡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은 혼란스러움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복잡함이 아닌 혼란스러움에 대해 불만을 가져야 한다. 혼란스러움은 우리가 무언가를 조절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무력하게 만든다. 

23p : 좋은 제품에는 복잡함을 길들일 힘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점차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복잡함이 필요한 순간과 마주한다. 이제 우리는 덜 복잡한 것만을 쫓기보다, 복잡함을 다스리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복잡함을 터득하는 핵심은 '이해'다. 이해만 하면 더는 복잡하지도 혼란스럽지도 않다.  

25p : 왜 '기술'이라는 단어는 혼란이나 어려움을 야기하는 상황에 사용될까? 더불어 기계란 왜 그리도 다루기 어려운 걸까? 원인은 복잡한 기술과 복잡한 인생의 상호작용에 있다. 기술이 요구하는 원칙이나 작동방식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일이나 습관, 또는 인간의 행동방식이나 사회적 상호작용과 충돌하기 쉽다. 이때 어려움이 발생한다. 결국 네트워크 및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복잡한 상호작용과 마주하게 되었다. 기계를 작동하려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 기계는 엔지니어나 개발자들의 논리와 정밀함으로 만들어진다.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의 편리함보다 기계의 안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디자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계를 작동하는 것은 다른 논리와 규칙을 가진 사람이다. 그 결과 기계와 인간의 종족 간 충돌이 일어난다. 이들은 다르게 태어나 다른 자연법칙을 따르며, 각자 믿는 보이지 않는 원칙(숨어있고, 무언의 관습과 전제가 감춰진)에 맞춰 움직인다. 

27p :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사용할수록 좌절을 느끼는 시스템은 복잡함 때문이 아니다. 형편없는 디자인 때문이다. 

30p : 단순한 상황을 고려한 심플한 제품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우리에겐 복잡함이 필요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 이야기, 게임, 책 모두 다양하고 풍성하길 바란다. 결국 우리는 단순함을 갈구하는 동시에 복잡함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우리의 일상은 이미 단순함을 곧이곧대로 반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31p : 우리들은 모든 기능을 요구하면서 심플한 제품을 원한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인생이 요구하는 복잡함을 길들이는 능력이다. 

33p : 사실 우리에게 복잡함은 꼭 필요한 존재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단순한 것보다는 적절한 복잡함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너무 단순하면 지루하고, 너무 복잡하면 혼란스럽다. 

39p : 사람들은 '밸런싱 사이폰'이란 커피 추출 기계를 보고 '과연 이렇게 복잡한 게 필요할까?' 하고 생각한다. 사실 커피 한잔을 만드는 기계치고는 심하게 복잡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핵심이다. 사용자는 복잡한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이 기계의 가장 큰 매력으로 여긴다. 

42p : 복잡함을 측정하는 기초적인 방법은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사회는 쉬지 않고 복잡한 시스템을 수용한다. 여기에 익숙해진 우리는 성인이 되면 자신이 행동하는 모든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난해했는가를 잊어버린다. 그것을 터득하는 데 들인 시간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 우리는 사회가 임의적으로 받아들인 시스템을 배우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준으로 복잡함을 측정할 수 있다.  

42p : 산업혁명이 일어난 뒤에는 수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서 동시에 작업을 하는 공장이 생겼다. 이때부터 시계는 인간의 행동을 제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언제 일어나서, 먹고, 기도하고, 일하며, 휴식을 취하고, 일을 끝내고, 잠을 자는가를 결정할 때면 시계에 의존했다. 시계 자체는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고 인간의 욕구와 일치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시계와 시간기록을 엄격하게 요구한다.  

43p : 시간을 십진법으로 단순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날로그 형식인 바늘로 지나간 시간과 남은 시간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수개월 동안 사투를 벌인다. 시계를 보는 법에 익숙해질 때까지 수많은 실수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시간을 규정하는 방식은 혼란스럽지만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가르친 결과다.  

44p : 아마 영어는 글자와 소리의 관계에 원칙이나 기준이 없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명 높은 언어 중 하나일 것이다. 

52p : 혹시 읽고 쓰기, 자동차 운전, 악기 연주가 너무 복잡해서 싫었던 적이 있는가?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때 복잡함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애매하고 변덕스러운 무언가 (기계든, 악기든, 말과 글이든)를 작동하는 방법을 배우느라 시간을 소비하는 게 싫은 것이다. 그럼에도 복잡하고 어려운 그 일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배우기 위해 몇 주는 물론 몇 년도 기꺼이 투자한다.  

53p : 결국 우리는 어떤 것이 적합하게 복잡하다면 그것을 이해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불필요하게 꼬여 있고, 혼란스럽고, 체계적인 구조가 없는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불평할 필요가 있다. 

57p : 복잡하다고 꼭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다. 반대로 혼란스럽다고 꼭 복잡한 것도 아니다. 단순한 디자인도 얼마든지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다.  

58p : 복잡함은 우리가 매일 너무 많은 것과 부딪치는 데에서 생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복잡하다.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활동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각각인 작업을 요구하는 활동이 너무 많아서다. 간단해 보이는 일 여러개를 모아 모두 더해보라.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진다. 전체는 부분을 합친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59p : 사무실을 둘러보면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 앞에 비밀번호를 붙여둔 것을 알 수 있다.  

61p :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우리는 결국 세상을 향해 정보를 공개해버린다. 

77p : 인간의 행위는 믿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사회적 행동은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디자인해야 한다. 

78p : 복잡성은 인생 불변의 진리다. 때문에 여기에 대처할 방법을 익혀야 한다. 때때로 우리가 꼭 사용해야 할 도구가 복잡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구는 간단하지만 상황이 복잡하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의 복잡함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행동을 잘 조절해야 한다. 복잡함을 조절하는 방법의 하나는 지식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간단한 방법은 힌트와 제안을 주는 것이다. 

111p : 개념적 모형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다. 때문에 사물이 실제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생각하는 인간의 사고과정인 '멘탈 모델'이라고도 부른다. 개념적 모형은 물리적이고 복잡한 실제 상태를 머릿속에서 작업 가능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적 개념으로 바꿔준다. 

112p :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역할은 적절한 개념적 모형을 제공하는 것이다. 

112p : 무언가를 간단하게, 아니면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 다이얼이나 조작방식, 다양한 기능들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사물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얼마나 적확하고 체계적인 개념적 모형을 가졌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114p : 우리 삶은 너무 복잡하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은 훨씬 더 복잡하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단순하게 만들어라'라는 해결책은 분명하고 그럴듯해 보인다. 사람들은 "왜 제품은 더 단순해지지 않는가?"라고 외친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각종 제품의 수많은 기능에 휩싸인 사람들이 "우리는 단순함을 원한다."라고 외치기도 한다. 과연 이 말은 진심일까? 결코 아니다. 사람들은 단순한 제품을 평가할 때면 소위 "핵심" 기능이 없다고 불평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단순함이란 어떤 의미일까? 좋아하는 기능은 모두 들어가 있으면서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단순함"이다.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116p : 망치가 단순해 보이는 것은 외발자전거, 서프보드, 스키가 단순해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모두 단순한 도구이고 한 번만 봐도 사용법을 유추할 수 있지만 제대로 터득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이런 것을 단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119p : 복잡함은 길들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버튼이나 디스플레이의 수를 줄이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해결책은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조각 하나하나가 잘 끼워지도록 제품 기획과 디자인을 잘해서 사용자가 처음 배우거나 사용하는 시점에 최적의 상태를 제공하는 것이다. 

120p : 애플의 부사장이 된 래리 테슬러는 몇 년 전 "시스템의 전체적인 복잡도는 항상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의 이용이 단순해지면 나머지 부분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즉 이면에서 설계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서로가 상쇄된다는 의미다. 이 주장은 오늘날 '테슬러의 복잡함 보존의 법칙'으로 알려졌다. 테슬러도 여기에서 '트레이드 오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디자인 역시 사용자가 쉽게 이용하는 데만 집중하면 디자이너나 엔지니어의 작업이 혼란스러워진다. 

120p : 모든 프로그램에는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복잡한 정도, 즉 복잡함의 하한선이 존재한다. 이때 던져야 할 질문은 이 복잡함을 누가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사용자인가, 아니면 개발자인가? 

121p : 많은 디자이너들이 심플함과 단순한 외관을 동일시한다. 하지만 디자인이 간단하다고 사용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외관상의 단순함은 사용의 단순함, 작동의 단순함과는 전혀 다르다. 외관상의 단순함은 눈에 보이는 조작과 디스플레이의 수를 줄인 것뿐이다. 

121p : 단순함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이해의 정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의 기능이나 옵션, 그리고 외형이 사람들의 개념적 모형과 맞을 때 그것은 단순하게 느껴진다. 그 결과, 조작해야 할 것이 아무리 많아지더라도 기능마다 각각 하나의 전용 버튼이 있다면 작동이 최적화되고 이에 따라 단순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렇게 전용 버튼이 있다면, 각각의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단순해 제품의 기능을 알수 없거나 상황에 따라 의미나 작동방식이 달라지면, 우리는 복잡함을 넘어 혼잡함을 느낀다.  

124p : 단순함 자체가 최선은 아니다. 과학에서 복잡함에 대해 언급한 가장 유명한 진술은 '오컴의 면도날'과 '아인슈타인의 진술'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14세기 프란체스코 수도사인 오컴의 윌리엄의 글에서 나온 것으로 "다른 조건이 모두 동등하다면 가장 단순한 것이 제일 좋다"라는 말이다. (그가 실제로 한 말은 "존재는 필요 이상으로 수를 늘리면 안된다"이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사물은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더 단순해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가 했던 말의 전문은 '과학의 가장 위대한 목표는 가장 적은 수의 가설이나 원칙에서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최대한 많은 경험적 사실을 포괄하는 것이다'이다. 

125p :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복잡함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복잡함을 혼란함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 좋은 디자인은 복잡함을 길들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단순함을 부르짖는가? 이것은 인생의 혼란이나 혼동에 대한 순수한 반응이다. 하지만 의도가 그럴듯하다고 해도 그것을 해결책으로 내놓는 것은 큰 실수다. 누구나 단순함을 원한다. 하지만 그 요구는 핵심을 빗겨갔다. 단순함은 목표가 아니다. 기술의 힘과 유연함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125p : 단순함에 대한 맹목적인 요구는 핵심을 빗겨간다. 



126p : 사용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과제를 처리해낼 강력한 기기를 원한다. 동시에 손쉬운 사용법을 요구한다. 그래서 추가 기능이 많이 붙은 기기를 사면서 단순함을 부르짖는다. 기능과 단순함, 이 둘은 왜 그렇게 상충하는 걸까?  

126p :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사용이 쉬운 기기, 즉 이해하기 쉬운 제품이다. 인간 중심 디자인의 핵심은 복잡함을 길들이는 것이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도구를 작업에 최적화하고, 이해가 잘되고, 사용이 쉽고, 즐거운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126p : 단순함은 복잡함의 반대가 아니다. 복잡함은 세상의 모습이고, 단순함은 마음의 상태다.  

127p : 우리의 과제는 복잡함이 혼란스러움이 되지 않도록 복잡함을 다스리는 것이다. 

128p : 결국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기능'이다.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혼동시킬 수 있는 기능은 고의적으로 넣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에 넣은 것이다. 소위 말하는 단순함에 대한 요구는 이전에는 존재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지나가 버린 신화다.  

131p : 사용자들은 단순함을 원한다. 하지만 그 많은 멋진 기능을 포기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134p : 우리는 때로는 복잡한 것을, 때로는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기술을 길들이는 것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문제다. 

138p :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고객이 의도한 대로 행동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141p : 아무리 똑똑하고 의도가 좋아도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는 기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들은 기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들은 기계의 내부작동에는 정통하지만 시스템을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능력 덕분에 기술 커뮤니티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들에게 평범한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시켜야 한다.  

142p : 기계는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 

144p : 인간이 일방적으로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노력도 안 한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정보가 부족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기술 세계는 상당히 사회성이 떨어진다. 

144p : 엔지니어 커뮤니티에서는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지능이 아니라, 매너다. 이 짐을 짊어져야 할 대상 역시 기계가 아니라 디자이너다. 왜냐하면 제품에 지능, 예의, 몰입감, 이해심을 심는 것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계와 매일 상호작용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기계이지 기계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이해심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기계다. 기계가 짜증을 부르고, 기계가 잘못을 한다. 

155p : 사용이 간단한 사물을 만드는 비교적 편한 방법은 사람들이 실제로 행동하면서 남긴 자국(사람들을 관찰하면 디자이너의 의도와 사용자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고, 이는 소중한 디자인 정보가 된다.)을 시스템에 이용하는 것이다. 

171p : 디자이너들은 혼란스러운 시스템을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변모시킨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복잡한 활동을 다룬다면 그 결과물을 즉각 이해해 사용하기는 힘들다. 결국 그 짐은 사용하는 사람이 짊어져야 한다. 아무리 간단한 도구라도 터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작은 드라이버, 스패너, 망치, 감자 깎는 칼은 간단해 보이지만 사용법을 완전히 숙달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디자인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의 협력이 있어야 복잡함을 길들일 수 있다. 

172p : 제품 디자인에는 작동법을 인지하고 예기치 않은 사건을 다루는 것과 더불어 인간의 이해와 기억을 돕는 적합한 구조가 있어야 한다. 

174p : 디자인에 대한 나의 원칙 중 하나는 오류 메시지를 없애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절대로 '그건 잘못됐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때 등장하는 오류 메시지는 시스템이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군가 시스템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시도하면 시스템은 그저 무시해버린다. 마치 여닫이 문을 미는 것과 같다. 이때도 오류 메시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문이 열리지 않을 뿐이다. 무언가를 시도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오류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시스템이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179p : 복잡함을 단순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핵심문제에 대한 개념을 새로 세우는 것이다.  

190p : 제품의 작동방식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매뉴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뉴얼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는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매뉴얼을 읽지 않는 이유는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지루하고 따분한 매뉴얼을 보고 싶어하겠는가.  

191p : 아쉽게도 많은 회사가 매뉴얼을 제품의 필수요소라기보다는 비용이 들어가는 부속품으로 간주한다. 때문에 끝까지 방치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좋은 매뉴얼보다 더 필요한 것은 매뉴얼이 필요 없는 시스템이다. 

202p : 얼핏 봐도 서비스와 제품은 별개로 보이지만 막상 서로 다른 점을 정의하려면 상당히 어렵다. 서비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나 일이다. 서비스와 제품의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관점의 차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제품도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냉장고는 제품으로 분류되지만 적절한 온도로 음식의 맛을 유지해 준다는 점에서 이것은 서비스다. 카메라도 제품이지만 소유자가 경험을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역시 서비스다. 비슷한 측면에서 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를 제조하는 회사에게 이 기계는 제품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현금인출기는 기본적인 은행거래를 쉽게 해주는 서비스의 측면이 강하다.  

205p : 디자인적 사고란 가장 먼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두고 "클라이언트가 해결해달라고 하는 문제는 절대로 해결하지 마라"고 바꾸어 말한다. 클라이언트는 증상에만 반응하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면서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깔려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가 정말로 해결되어야 하는지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근본적인 찾기'라고 부른다. 

209p : 사람들은 애플이 2001년에 소개한 아이팟이 뛰어난 디자인 때문에 시장을 잠식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이팟이 뛰어난 제품인 것은 맞지만, 애플의 성공비결은 아니다. 비밀은 역설적이게도 디자인이 제품 성공의 근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음악을 찾고, 사고, 다운받고, 플레이하고, 법적인 이슈를 극복하는 전체 시스템을 단순화했다.  

213p : 서비스는 여러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216p : 디자인이나 기획이 어려운 것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겨도 순조롭게 작동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확실한 피드백과 개념적 모형이 없으면 고객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218p : 어느 곳에서나 받을 수 있는 대접을 받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서비스가 진실했다면, 진심으로 서비스를 즐겼다면 누구나 느끼고 기억한다. 고객은 당신이 억지로 미소 짓는 것인지를 즉시 알아챈다.  

220p :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이 언제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싶다는 유혹이 생긴다. 단순함을 희생하는 한이 있어도 고객에게 제공하는 옵션수를 늘리고 싶은 것이다. 

222p : 우리에게 단순함은 이상일 뿐이고, 실용성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넷플릭스) 

225p : 서비스는 반드시 직원과 고객을 함께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야 한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과 열정적이고 예의 바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228p : 사실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일수록 측정이 어렵고,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측정이 쉽다. 불행하게도 측정의 욕구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주요 변수를 지배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정성적임에도 우리는 측정과 기록에만 매달린다. 

228p : 의학은 측정할 것도 기록할 것도 너무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환자를 돌볼 시간이 없다. 

235p : 질 낮은 서비스 품질은 몇 가지 문제점을 보여준다. 첫째, 관리자들은 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조직의 서비스 기술이나 직원들의 훈련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둘째, 현대는 숫자관리에만 얽매인 문화로서, 비용을 줄이거나 측정 가능한 성능 및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에만 초점을 둔다. 하지만 서비스는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다. 여기에서는 고객이나 직원의 만족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기간이나 작업횟수를 측정한다. 고객이나 직원의 만족은 측정되지 않는다. 

247p : 가장 좋은 대기열 디자인은 한 줄로 되어 있다가 줄 끝에서 여러 서비스 제공자로 갈라지는 것이다. 한 줄일 때는 공정함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 줄의 마무리에서 여러 명의 제공자가 있는 모습은 각각의 줄마다 서비스 제공자가 한 명 있는 것보다 줄이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248p :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마지막이다.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장식하라.  

263p : 감정은 우리의 경험, 더 나아가서 경험의 기억에 색을 입힌다. 이는 다시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감성 디자인 Emotional Design>에서 나는 '예쁜 물건이 성능도 좋다'라는 말로 이 연구를 요약했다. 세차하고 광을 내면 운전이 더 잘되고, 샤워하고 좋은 옷으로 갈아입으면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물론 세차한다고 기계의 성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은 바꿀 수 있다. 복잡한 것을 다룰 때에도 이 교훈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기분이 좋으면 조그만 어려움이나 혼란스러움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짜증 나거나 화가 나면 똑같은 결점도 큰 문제로 받아들인다. 

268p :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는 행복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돌아와서는 그 일들을 즐겁게 기억했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현실은 기대와 다르고 안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도 기억에서 힘들었던 부분은 사라지고 좋은 부분만 남았다. 어쩌면 더 강화되거나 실제보다 더 멋지게 포장됐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은 디자인의 주제이기도 하다. 

271p : 아무리 복잡한 것도 구조를 터득하고, 운용방식을 이해하고, 내부에 대한 일관된 이해 (좋은 개념적 모형)를 가지면 단순해진다. 단순함은 마음속에 있다. 이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디자인하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282p : 기술과 함께 살아가려면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제품의 조작이 쉽게 끝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시스템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세상의 작동방식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은 이 세상의 복잡함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기술적인 복잡함은 피할 수 없다. 

283p : 기술과 함께 산다는 것은 끊임 없는 도전이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기술을 길들이려면 디자이너와 사용하는 사람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구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배우기 쉽고 친화적인 상호작용을 제공해야 한다. 그 결과물을 이용하는 우리는 기꺼이 시간을 들여서 원칙과 기반구조를 배우고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우리는 디자이너와 협력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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