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하드론가속기 (LHC, Large Hadron Collider) 실험이 시작되었는데, 이 물리학실험이 왜 중요한지, 왜 하는지, Brian Cox 영국 맨체스터 대학 물리학과 교수가 아래 TED 동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현대 물리학계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표준모델(Standard Model)을 입증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가입자가속기(LHC)가 10일 전 세계 과학계의 관심 속에 첫 빔을 발사했다. LHC는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지대 지하 100m, 길이 27㎞의 원형터널에 설치된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로 앞으로 137억년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대폭발)을 재현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2개의 양성자 빔을 LHC 원형터널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킨 뒤 강력한 초전도 자석들로 4개의 대형 검출실로 유도, 충돌시키는 것이다. 두 개의 양성자 빔이 충돌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지닌 작은 물질과 공간이 거대한 폭발을 통해 우주를 탄생시켰던 빅뱅 당시의 상황을 연출할 것으로 CERN의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LHC 실험의 첫째 목표는 '신(神)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를 찾는 것이며 이와 함께 우주의 75%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탐색, 초끈이론 등 물리학 대통일이론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초차원(extra dimension) 탐색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힉스입자의 발견 여부다. 현대 물리학의 표존모델은 물질이 6종류의 쿼크와 6종류의 경입자, 힘을 매개하는 4가지 입자, 그리고 힉스입자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본 입자 가운데 힉스입자만이 지금까지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LHC 실험에서 힉스입자가 확인되면 표준모델이 최종 검증된다는 의미가 있다. 힉스입자는 물질의 질량을 결정하는 입자로 빅뱅 직후 존재하다가 질량을 갖게 하는 특성을 다른 입자에 남기고 영원히 모습을 감춘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을 통해 빅뱅이 재현되는 순간 검출기에 나타나는 파편 등의 궤적을 통해 힉스입자가 생성됐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 힉스입자가 발견되면 이 세상 모든 물질이 질량을 갖게 된 이유가 밝혀지는 것으로 물리학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20개 회원국은 이 실험을 위해 지난 14년간 약 95억 달러를 들여 LHC를 건설했으며 여기에 참여한 과학자도 전 세계 60여개국에 1만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성균관대 물리학과 최영일 교수와 고려대 물리학과 박성근 교수 등 석ㆍ박사 연구원 57명이 참여하고 있다. 21세기 최대의 과학실험으로 자리매김할 LHC 실험이 10일 오후 4시 39분 수소에서 전자를 떼어낸 양성자 빔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발사하고 또 다른 빔을 시차를 두고 시계 방향으로 발사하는 것으로 마침내 막이 올랐다. CERN은 이번 실험을 위해 LHC를 이루는 8개 구역을 영하 271℃(절대온도 1.9K)로 냉각시켜 우주 외곽의 환경을 만들고, 1천600개나 되는 초전도 자석들의 전기시험을 했으며 각 구역의 회로들과 각 구역 자체에 동력을 공급, LHC 전체가 하나의 통합된 기계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수주일에 걸쳐 양성자 빔 발사 실험을 통해 실험 장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두 개의 양성자 빔을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발사하는 작업을 거쳐 이르면 10월, 늦어도 올 연말께 본격적인 충돌 실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속에 가까운 두 양성자 빔이 충돌하게 되면 앨리스(ALICE)와 아틀라스(ATLAS), CMS, LHCb 등 4개의 검출실에 설치된 초정밀 검출기들을 통해 수 억개의 충돌 파편들을 모니터하고 추적하게 된다.
LHC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이론을 실험하는 장치지만 실험과정에서 미니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블랙홀로 인한 지구 멸망 괴담'이 확산,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독일 에버하르트 칼스대의 화학자 오토 로슬러 교수 등 일부 과학자들은 LHC 실험으로 미니블랙홀이 생성되고 이 블랙홀이 지구를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며 유럽인권재판소에 가동중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미국의 전직 교사 월터 와그너 씨 등 6명이 하와이 연방 지방법원에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LHC 가동을 막아야 한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는 LHC 실험에서 미니블랙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절대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론상으로 볼 때 블랙홀은 그 크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블랙홀이라고 하면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최후를 맞아 급격히 수축하면서 밀도와 중력이 커져 빛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을 생각한다. 하지만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도 호킹방사라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호킹방사 때문에 미니블랙홀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거대한 블랙홀과는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LHC 실험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블랙홀은 크기가 매우 작아 주변의 물질을 빨아들이며 계속 커지기 보다는 생성되자마자 호킹방사로 에너지를 빠르게 방출하고 사라질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수봉 교수는 "LHC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크기가 매우 작은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아주 작은 블랙홀은 호킹방사에 의해 매우 짧은 시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LHC 실험은 표준모델의 최종 검증이라는 의미와 함께 암흑에너지ㆍ암흑물질의 실체, 중력과 전자기력, 강력,약력 등 자연계의 모든 힘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대통일이론의 실현 가능성까지 탐색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21세기의 물리학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수봉 교수는 "LHC 실험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1년 정도의 검출기 시험을 거쳐 3~4년 안에 힉스입자가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6~7년 후까지 힉스입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표준모델이 틀렸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 물리학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