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설적 경영 구루인 피터 드러커가 언젠가 여러 회사들의 고위 중역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회사에 쓸모없는 재목(직원, 인재를 뜻함)이 많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청중 상당수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드러커가 물었다. "그들은 당신이 면접에서 고용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미 쓸모없는 재목이었습니까, 아니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쓸모없게 된 것입니까?"
2) 매슬로의 욕구위계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당면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다. 직원의 입장이라면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안전 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위의 사회적 욕구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키는 일만 할 뿐이다. 안전욕구가 해결되지 않은 이들에게 왜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는가, 왜 회사를 위해 자율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하지 않는가를 묻는 것은 우문이다. 일에 몰입하고, '세상을 깜짝 놀래킬 만한' 것을 만들겠다는 열정은 그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일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몇몇 천재들이 모든 고난을 감수하면서 만들었던 성과를 평범한 이들에게 원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6) 칭찬하는 행위와 '깨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자. 높은 곳에 있는 누군가가 낮은 곳에 있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행위다. "김 과장, 당신 최고야!"라고 칭찬하는 지점장, "박 팀장, 당신은 판단력이 형편없어!"라고 혼내는 CEO. 이들의 마음속엔 리더 특유의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당신의 본질을 모두 알고 있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는 궁예의 '관심법(觀心法)'과 일맥상통한다. 궁예는 자신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觀心) 미륵'이라고 칭했다. 높은 곳에 있는 미륵(궁예)은 항상 낮은 곳에 있는 인간(부하)의 마음을 읽고, 상대의 본질을 평가했다. 때로는 잘했다고 상을 줬고, 어떤 경우엔 못했다고 목숨을 거뒀다. "나도 옛날에 해봐서 아는데…." 기성세대의 표현 가운데 젊은 세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이 말의 밑바탕엔 '당신들은 (나와 달리) 해보지 않아서 모른다'는 전제가 놓여 있다. 상대를 아래로 보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수직적 인간관이 숨어 있는 것이다.
7) 부하가 사표라도 던질까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하는 리더는 최하급의 리더다. 진짜 리더는 침묵하지 않는다. 칭찬하지도, 혼내지도 않는다. 단지 '피드백(feedback)' 한다. 피드백은 상대가 행한 사실(fact)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나의 주관적 느낌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 대화의 의도까지 밝히면 더욱 좋다. 예를 들어보자. "김 과장, 당신은 일할 때 보면 창의성이 부족해." 이 말은 피드백이 아니다. 김 과장이란 인간에 대한 나의 평가, 즉 판결(judgment)이다. 그렇다면 피드백은? "김 과장, 당신은 지난 아이디어 회의 때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사실). 그럴 때마다 당신에게 기대가 큰 내 입장에선 실망스러워(주관적 감정). 앞으로 더 많은 아이디어를 냈으면 좋겠네(대화의 의도)." '말장난'이나 '말하기 스킬(skill)'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 피드백의 핵심은 '수평적 인간관'이다. 부하든 상사든 똑같은 인간이다. 누가 누구를 판결할 수 없다. 단지 상대의 행동에 대한 나의 감정과 대화의 의도만이 존재할 뿐이다.
8) 소통은 서로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이 교류하는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생각을 떨어뜨리는 것을 교류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시이자 강요다. 서로의 다른 생각이 평등하게 오가는 교류는 수평적 인간관을 가질 때만 가능하다. 독일 출신의 경영학자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닐스 플레깅은 저서인 '언 리더십(Un-Leadership)'에서 "미래의 리더는 리더십을 버려야(Un) 한다"고 단언한다. 그는 "직원들을 관리하지도, 평가하지도 말고, 직원들이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소통하고 도와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미래형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설픈 '궁예 따라잡기'부터 관둬라. 당신은 관심법의 대가가 아니다. 부하의 본질을 저 높은 곳에서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칭찬도, '깨는' 것도, 인간보다는 고래에게 하는 게 더 어울린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1/25/20111125011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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