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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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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터디자인 2010. 4. 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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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꾸준히 삼성을 지켜봐왔던 사람이라면, 그들의 악행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ㅡ,.ㅡ;; 주요 미디어 매체의 광고 한번 없이, 오직 입소문만으로 출간 두달만에 10만부를 넘어선 2010년 최고의 베스트셀러... 처음엔 분노하게 되지만, 곧 슬프고 우울해져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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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p : 삼성비리의 세가지 범주 : 1)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및 탈세와 이를 감추기 위한 회계조작, 2) 경영권 불법 세습 및 이 과정에서 저지른 법정 증거 조작, 3) 정,관,법조,언론계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로비

61p : 노전대통령이 부산상고 선배인 이학수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72p : 공무원 사회에서 통하는 말이 있다. "인사에는 장사가 없다"라는 말이다. 공무원은 일을 잘 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받는 게 아니다. 조직 바깥에서 명성을 얻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에 대한 보상은 오직 인사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자존심 강한 공무원일수록 인사에 민감한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선배 검사는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다음 보직을 걱정했다. 대학입시, 사법입시등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모인 곳이 검찰이다. 그래서 동기가 자기보다 좋은 보직으로 가는 것을 못 견디는 이들이 많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보직보다 동기들의 보직에 더 신경을 쓴다. 동기에에게 뒤쳐질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이다.

99p : 2009년 1월 16일 이루어진 삼성 사장단 인사 --> 삼성은 이날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사장단 물갈이를 했다. 60대 이상 고령 경영자를 뒤로 물리고, 50대 신진을 경영일선에 배치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인사였으나, 실상 이재용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기초 작업에 불과했다. 윤종용, 이기태등 조금 억세다 싶은 사람은 다 물러났다. 대신 이건희 일가에 고분고분한 사람들이 대거 발탁됐다. 또, 사상 최대 규모 물갈이 속에서도 삼성 비리에 연루된 이들은 자리를 지키거나 오히려 승진했다. 삼성을 먹여살린 휴대폰 기술자, 반도체 기술자들이 잘려나갈때도 "비자금 기술자"는 끄떡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01p :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은 회의 시작 몇 시간전부터 물을 마시지 않는다. 소변이 마려울까봐서다. 이건희가 화장실에 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도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106p :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 그는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천신일의 부친과 고 이병철 회장이 평소에 알던 사이였으며, 이병철이 사망하기 전 자녀들에게 "내가 죽고 나면 천신일을 잘 부탁한다"고 유언했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인지 천신일은 삼성의 해외출장 업무를 독점적으로 대행하는 등 이건희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세중나모 본사 역시 삼성생명 빌딩 19층에 있다.

126p : 이학수와 김인주를 빼놓고 삼성을 이해할 수는 없다. 이건희를 수시로 만나 삼성 안팎의 문제를 상의하는 사람은 이학수와 김인주뿐이었다.

127p : 홍석현은 이학수가 자기보다 힘의 우위에 있다는 점을 선선히 인정하고 있다. 홍석현은 이건희의 매제이며 보광그룹 소유주지만, 이학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28p : 김인주는 이건희의 인감도장을 맡아 관리했다. 그래서 자부심이 대단했다. 물론, 충성심도 대단했다. 김인주는 마산고, 서울대 산업공학과, KAIST 산업공학과 대학원을 나와서 제일모직 경리과에서 일했다. 역시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 이학수의 천거로, 김인주는 이건희의 재산을 관리하게 됐다.

140p :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삼성이 치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노동조합 때문에 생기는 비용보다,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치르는 비용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42p : 실제로 삼성 사장단은 10억원대의 투자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모든 투자 결정은 비서실에서 한다.

143p :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부회장인 윤종용 역시 구조본 팀장에게 수백만원짜리 양복을 돌리면서 환심을 사려 하곤 했다. 윤종용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였던 시절, 그보다 훨씬 옛날인 사업부장 시절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감봉이라는 징계를 받은 일이 있다. 이학수 실장이 주도한 징계였다. 삼성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간판 경영자 역시 '실'앞에서는 무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145p : 구조본 팀장회의에서 결정을 내릴 때 적용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였다. 이건희의 이익이 그것이다. 삼성의 이익과 이건희의 이익이 충돌할 때면, 늘 이건희의 이익이 우선이었다. 구조본 팀장들이 기업 경영자가 아니라 이건희의 가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다.

147p : 이학수는 부산상고 후배인 노무현과 인간적으로도 아주 친했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학수를 '학수선배'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고 한다.

149p : 이건희는 종종 시시콜콜한 사항을 지시했다. 이건희의 누이가 경영하는 웨스틴조선호텔의 입구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서비스 정신이 뛰어나니, 스카우트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도 있었다. 당시 그 직원을 압구정동에 아파트를 한 채 사주고 데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여직원은 호텔신라 여직원들을 상대로 특별한 서비스 교육을 했다. 황당한 지시도 있었다. 삼성 냉장고의 월간 판매실적이 LG에 뒤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건희는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남은 이익을 한 2조원쯤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냉공조 사업부에 돌려서 우리나라 전 가정에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를 공짜로 줘서 LG가 망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지시는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지시가 이행됐다 해도, 회계상으로는 검증할 길이 없다.

156p : 삼성그룹에서 회사의 진짜 속사정은 계열사 관리담당과 구조본 재무팀 운영담당이 아니면 알 수 없었다. 이들은 비자금을 다루는 일을 했다. 반면, 비자금 업무에서 배제된 사장이나 임원들은 이학수와 면담조차 하기 어려웠다. 구조본 재무팀의 위상이 처음부터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구조본 재무팀은 IMF 관리체제하에서 철저한 구조조정을 주도하여 그룹 임직원 20만명 가운데 6만명을 정리했다. 인건비만으로 1조원을 절감하여 위기 탈출에 기여했다.

167p : 국가정보원을 능가하는 감사기법을 동원하는 삼성에서도, 감사에서 자유로운 부문이 있다. 반도체, 휴대전화 등 사실상 삼성을 먹여 살리는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감사를 면제하곤 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해서는 10년 동안 감사를 하지 않았었다.

179p : 공직자들이 삼성 수뇌부로부터 거리낌 없이 돈을 받았던 배경에는 "삼성 돈은 안전하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받아도 탈이 없다는 게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에서 엿보이는 치밀한 이미지가 뇌물을 받는 자들을 안심시켰다. 다른 이유도 있다. 설령 뇌물을 받고 부정을 저지르다 공직에서 쫓겨나도, 삼성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180p : 내가 삼성 법무실에 배치 받은 직후, 김대중 정부가 출범했다. 삼성이 그동안 관리해 온 공직자는 주로 TK계열이었다. 정권교체로 호남 인맥이 부상하자, 삼성 수뇌부는 당황스러워했다. 그래서 광주일고 출신인 내게 거는 기대가 컸다. 내 고교 동문들을 그들에게 소개하도록 종용했다. 한번만 소개해 주면, 나머지는 구조본 임원들이 알아서 했다. 당시 이학수는 아침 모임만 하루 두번씩 가졌다. 이렇게 일년이 지나니, 호남 출신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삼성과 인연을 맺게 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재벌이 주요 인맥을 장악하는 데는 일 년이면 충분했다.

186p : 이재용은 임원들이 챙기는 스톡옵션을 몹시 아까워했다. 임원들의 높은 보수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구조본 임원들이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188p : (IMF외환위기때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 특이하게도 우량기업이었던 삼성전자에서 예상보다 많은 퇴직 희망자가 나왔는데 대부분 회사가 작성한 희망퇴직자 명단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구조조정에는 성공했지만 많은 우수한 인력들이 정부기관, 대학 등으로 빠져나갔다. 회사가 붙잡고 싶어 하는 우수한 인재일수록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반면, 다른 일자리를 얻기 힘든 사람일수록 회사에서 윗사람에게 아부하며 자리를 지키려 든다. 회사가 임직원을 일회용 소모품처럼 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우수한 인재들이 먼저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당시 사례는 어설픈 구조조정은 회사의 짐을 덜어내기보다 오히려 경쟁력을 깎아낸다는 교훈을 남겼다.

193p : 중앙일보가 삼성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앙일보가 계열 분리를 선언한 뒤에도, 중앙일보 편집국 내부 정보보고 내용이 하루 두번씩 삼성 구조본으로 전달됐다. 이걸 보며, '중앙일보는 언론이라기보다, 삼성을 위해 일하는 사설 정보기관이구나'싶었다. 이처럼 중앙일보가 삼성에 종속돼 있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걸핏하면 삼성에 돈을 요구했다.

198p : 삼성 SDS BW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해 이재용이 알고 있었는지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재용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만 하느라 사건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당시 이재용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를 수시로 확인했다. 재산에 대한 관심이 컸다.



200p : 구조본에서 김인주가 맡은 역할이 이재용을 그룹 총수로 등극시키는 것이었다.

207p : 이학수, 김인주 등 구조본 핵심 인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드러나면 안 된다는게 일종의 원칙이었다. 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임원들이 희생돼야 했다.

215p : 에버랜드 재판에 대한 김인주의 관심은 대단했다. 재판에서 질 경우, 김인주의 과제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인주는 에버랜드 차명주주들을 꾸준히 접대했다. 주로 밥을 사거나 선물을 주는 식이었다. 물론, 다른 구조본 팀장들 역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최광해는 내게 "돈으로 막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허태학, 박노빈이 피고인이 되는 대가로, 그들에게 각각 50억원씩은 줘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재판 당시 허태학은 내 앞에서 6대 종손이 전과자가 된다며 아우성을 쳤다. 그 덕분인지 허태학은 삼성석유화학 사장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호텔신라와 중앙개발(현 삼성에버랜드)에서 주로 근무한 허태학은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내세울 만한 특기도 없고, 나이도 많은 편이다. 이런 그에게 삼성석유화학 사장직을 오래 맡겼던 것은 이례적인 배려였다.

218p : 삼성 비리와 관련해 이학수는 상대적으로 무리를 덜 하려는 입장이었다. 반면, 김인주는 무리를 무릅쓰는 쪽이었다. 그래서인지 위험한 정보 역시 김인주가 더 많이 알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이학수와 김인주 가운데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김인주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228p : 이건희 일가의 파티에는 연예인과 클래식 연주자 또는 패션모델등이 동원된다. 가수의 경우,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2~3곡 정도 부르고 3000만원쯤 받아간다. 이건희 집안 파티에 불렀을 때 거절하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예외가 있는데, 가수 나훈아씨다. 삼성측에서 아무리 거액을 주겠다고 해도, 나훈아를 초청할 수는 없었다.

231p : 이건희는 특이한 버릇이 있다. 회의를 아무리 오래 해도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그래서 회의가 있는 날 사장들은 아침부터 국이나 물을 포함한 일체의 수분 섭취를 피한다.

232p : 이건희는 집에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해서, 회사로 출근하는 일이 거의 없다. 삼성에서 근무한 7년동안, 이건희가 출근한 것을 딱 두 번 봤다.

233p : 이건희의 집이 있는 이태원동, 한남동 일대에는 리움미술관을 포함해 승지원, 이재용의 집, 딸들인 이부진, 이서현의 집 등이 몰려있다. '그들만의 마을'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리움미술관을 세운 목적 가운데 하나가 '그들만의 마을'과 관계가 있다. 미술관이 이건희 일가의 집들을 보호하는 요새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고가의 미술품이 있는 미술관에 도둑이 드는 것을 막는다는 핑계로, 경비원을 대거 배치했다.

234p : 한남동 리움미술관 바로 아래에 삼성 수뇌부와 그 가족을 위한 치과병원이 있다. 특이한 것은 병원에 수납 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인을 상대할 일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235p : 이건희는 모친인 고 박두을여사가 사망한 2000년 1월 3일 미국에 있었다. 그는 모친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귀국하지 않았다. 미국의 암 전문 병원인 M.D. 앤더슨 센터에서 폐암 전문의로부터 진찰을 받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는데,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삼성 주변에서는 형인 이맹희와 마주치는 게 싫어서 귀국을 꺼린다는 말이 나왔다.

235p : 이건희는 누이가 많다. 이인희, 이숙희, 이순희, 이덕희, 이명희 등. 그런데, 이건희는 누이들과도 사이가 나빴다. 이건희는 "내가 엘리베이터걸과의 사이에서 애를 낳았다는 루머가 있는데, 알고 보니 내 누이가 퍼뜨린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연히 누이들과 사이가 나쁠 수밖에.

238p : 지금까지 이재용은 '적장자 상속'이라는 명분을 업고 독주해 왔다. 그런데 이부진이 이재용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올랐다. 삼성 내부 사정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이부진은 결코 만만한 성격이 아니다. 그리고 이부진은 평소 호텔신라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곤 했다. 이부진이 2007년 10월 삼성석유화학 지분을 대거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삼성석유화학은 안정적인 이윤이 보장될 뿐 아니라 비상장 회사다. 후계구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오빠인 이재용은 이부진을 몹시 못마땅해 한다. 이부진이 갖고 있는 호텔신라에 다른 계열사를 얹어주기는 커녕, 호텔신라조차 못 갖게 하고 싶어 한다. 이건희가 죽으면, 이재용이 고급호텔을 지어서 호텔신라의 영업을 방해하리라는 이야기가 삼성 안팎에서 종종 나왔다. 이학수, 김인주 등 이건희의 가신들은 "이재용-이부진 남매가 화목해야 할텐데" 하며 늘 걱정하곤 했다. 이부진은 아버지 이건희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독한 성격이 특히 닮았다. (게다가 이부진에 대한 이건희의 애정은 각별한 데가 있었다.)

270p :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느라 치르는 부담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기업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노조가 활발한 기업은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인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이 노조 설립 시도를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에도 한계가 있다. 비자금을 동원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노조 방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노조를 허용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삼성은 위기에 빠진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강조하면 할수록, 어쩔 수 없이 노조를 허용하게 될 때 받을 충격도 커진다.

272p : 삼성 고위 경영자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내가 생각하는 '황제식 경영'의 결정적인 폐해는 따로 있다. '황제'의 눈치를 보느라 경영자가 정상적인 판단력을 키울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유능한 경영자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서야 탄생한다. 오직 총수의 뜻만을 따르는 구조본이 짜준 매뉴얼대로 움직여 온 경영자에게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삼성 고위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평소 판단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다. 총수와 구조본의 뜻을 거스르면서 독자적인 판단을 할 기회도 없거니와, 설령 있다 해도 독자적인 판단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 실패하면 치명적인 결과가 따르고, 성공해도 좋은 소리를 못 듣기 십상이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총수와 구조본의 뜻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이런 문화속에서 뛰어난 경영자가 나오기는 힘들다. 극소수를 제외한 다수 임원은 그저 로봇처럼 움직일 뿐이다.

273p : 삼성에서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서 회사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 이재용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회사가 저지른 비리의 공범들이다. 삼성에서는 비리 공범이 돼서 수뇌부와 비밀을 나누는 사이가 돼야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위에 있는 구조인 셈이다.

329p :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는 검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일은 검사의 몫이 아니다. 경제정책 당국자가 할 일을 검사가 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검사들이 경제범죄 수사를 게을리 할때,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고 보는 게 옳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반칙이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437p : 이건희가 한때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해외 유명 대학에서 수학한 인재들을 영입하도록 다그친 적이 있다. 이렇게 영입된 인재들을 모아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팀을 만들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영입 인재들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삼성문화가 이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외국 선진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스카우트한 인재들이 삼성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439p : 윤종용은 이학수보다 선배다. 단지 나이나 경력에서만 선배였던 게 아니다. 삼성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성장에 그는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이학수에게 늘 무시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학수가 삼성 비자금을 다뤘기 때문이다.

448p :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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